“집에 가기 싫게 해주세요.”
학교 공간 설계를 진행하며 공간의 관리 주체인 학교 측으로부터 받은 요청사항 중 특별히 기억에 남아 있는 말이다. 이 요청에 ‘집보다 학교’라는 슬로건으로 공간혁신 사업을 진행했던 학교가 떠올랐다. 그때도 미래 학교 비전을 마음에 와닿게 잘 정했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학교설계에 있어 매우 중요한 맥락이라는 생각이 든다.
의무교육을 시행 중인 우리나라에서 학교는 청소년기까지의 일과시간 대부분을 보내는 장소다. 깨어 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학교에서 보내는 만큼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학교에서 사는 것과 다르지 않다.
학교는 단순히 교육만을 위한 시설이 아니다. 각기 다른 가정환경과 배경을 가진 또래 집단이 모여 생애 중요한 시기를 보내는 공간이다. 이렇게 다른 학생들이 오랜 시간 마주해야 하는 만큼 어떻게 하면 학교에 관한 좋은 기억을 남길 수 있을지 고민이었다. 긍정적인 기억이 쌓일수록 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좋은 기억을 가지고 학교를 찾을 것이다.
그린스마트미래학교 사전기획을 시작으로 고교학점제 학교공간조성, 학교공간 혁신사업, 환경개선, 증축공사 등 학교설계를 주로 진행하면서 필자도 학교와 학교건물 설계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생각해 보게 됐다.
필자는 좋은 학교 공간을 만들기 위해 몇 가지 중요한 것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학교의 주 사용자가 설계 과정에 참여해 직접 의견을 내는 것이다. 학생과 교사 뿐 아니라 학교에서 시간을 보내는 모두를 위한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모으고 설계해 공간으로 구현되는 과정 전체가 모두에게 좋은 기억이 될 것이다.
더불어 공공건축 중 최저수준인 교육 시설 사업비를 일반 공공건축물 시설 사업비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학생 수가 줄었으니 교육예산을 줄여야 한다는 논의가 있다. 하지만 현재 교육 시설은 모든 설계를 최소로 하고도 사업비에 맞추기 위해 내용을 줄이고 줄여 겨우 완료하는 게 현실이다. 적정한 사업비로 설계가 가능하다면 모두를 위한 좋은 공간이 만들어질 것이다. 양질의 교육 활동은 물론이고 각자에게 학교가 좋은 공간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모두가 함께 만든 공간에서 학창시절을 보내고 좋은 기억을 가지고 살아가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