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혁찬 건축사(사진=주.씨에이 건축사사무소)
이혁찬 건축사(사진=주.씨에이 건축사사무소)

최근 미디어 매체를 통해 제공되는 건축 또는 건물 관련 다양한 콘텐츠들은 대중들이 건축이라는 분야를 좀 더 가깝게 접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 되고 있다. 방송을 통해 집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에서부터 도시 공간에 대한 관련 전문가들의 설명은 건축이라는 분야를 좀 더 쉽게 이해하고 홍보하는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건축 관련 단체 또는 개인이 진행하는 교육프로그램, 개인방송 등의 수많은 콘텐츠들은 과거 건축물을 짓는 특정인이 아닌 일반 대중에게도 건축이라는 분야가 우리의 실생활과 밀접하게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시켜 준다.

하지만 이러한 건축 관련 콘텐츠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건축물을 계획하고 관련 행정업무를 처리하는 건축사의 역할과 노력에 대한 내용보다는 인테리어, 부동산 관련 직업인들이 나와서 흥미 위주의 이쁜 공간 또는 부동산 투자 등 설계의 과정이 생략된 결과론적인 내용으로 채워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건축물을 짓기 위해 계획의 시작부터 준공까지 프로젝트 전 과정에 걸쳐 수많은 고민과 수정을 반복하는 건축사가 빠진 마치 팥 없는 단팥빵과 같은 느낌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아직도 우리 주변은 건축물을 계획하고 완성시키는 건축사라는 용어보다 ‘건축가’라는 표현을 더 많이 활용하고 있는 현실도 안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건축사가 대중에게 좀 더 다가갈 수 있는, 건축사만이 만들 수 있는 건축 관련 콘텐츠는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현재 서울특별시건축사회의 시민건축학교 추진 관련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생각보다 많은 건축사분들이 대중을 위해 건축 관련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제공하면서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대상 역시 청소년부터 장년까지 다양한 연령대에게 건축을 알리고 계획, 시공, 투자 등 다양한 분야의 건축 관련 경험과 지식을 제공하는 모습을 보면서 같은 건축사로서의 자부심을 느끼곤 한다. 이러한 전국 단위 건축사들의 노력은 타 분야의 건축 관련 콘텐츠와는 다른 건축사만이 제공할 수 있는 인문학적인 가치를 담아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활동하고 있는 위원회 역시 이러한 인문학적인 가치의 건축 관련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공하기 위한 많은 고민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건축물을 계획하고 완성하기 위해 수많은 고민을 해결하고 있는 건축사는 건축물의 물질적인 가치를 넘어 인문적인 가치를 담아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단순히 부동산 투자, 완성된 건물이 아닌 대상지를 해석하고 그에 맞는 관련 법을 준수하면서 각각의 설계 및 인허가 단계를 거쳐 완성된 프로젝트는 건축사의 노력과 고민이 담긴 인문학적인 가치를 지닌 건축물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기획하고 대중에게 제공할 수 있는 건축사만의 콘텐츠들은 윤리적인 역할과 함께 인문학적인 가치를 위해 노력하는 건축사가 대중에게 좀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되어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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