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공모의 역사는 오래되었고 지난 법령 개정을 통하여 발주 비중이 늘었다. 그러나 설계공모 참여자들이 문제를 제기해 오던 심사의 공정성이 그 역사와 양에 비례하여 만족할 만한 개선이나 투명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이런 와중에 최근 공공건축가 풀, 공모 대행사의 출현, 설계공모 관련 포럼, 설계공모 포털, 선명성을 드러내는 심사위원들, 여기에 불경기까지 더해져 설계공모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높아져만 가고 있다.
예를 들면 설계비의 총액이 5억 원대라고 가정하면 흥행하는 공모의 경우 참가신청이 수백여 팀에 달한다. 그리고 실제 제출 팀도 50여 팀이 넘는다. 참가자들은 회사 규모가 각기 다르겠지만 최소 30일에서 45일 정도를 공모에 매진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시간과 운영비가 투입되며 금액으로 환산할 경우 최소 1천만 원 이상 소요된다고 추산할 수 있다.
여기에 참가자들의 여러 기회비용까지 고려하게 되면 투입비용은 더욱 커진다. 이 비용만 최소 5억이 넘는다. 설계권을 갖는 팀은 당선작 한 팀이고 공모 보상비라야 설계비의 10%가 안 되는 비용을 입상작들이 나눠 갖는 수준이다. 여기에 속하지 않은 수십 개 팀은 설계비와 보상비를 훨씬 상회하는 사회적 비용을 허공으로 날리게 된다. 공모 설계의 참가비와 경험의 대가로 생각한다고 해도 너무 비싼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가혹한 게임이라 생각된다.
의문은 이것이다. 왜 발주처는 공모 참여자들의 자원을 활용해서 그들의 프로젝트를 흥행시키려고 하느냐는 말이다. 프로젝트의 흥행도 좋지만, 이 정도로 사회적 자원이 낭비되는 것은 생각해 볼 일이다. 과열·과다경쟁을 줄일 수 있는 운영방식이 필요해 보인다.
다음은 공정성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에 대한 것이다. 심사 공정성을 최우선으로 언급하며, 건축의 공공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업계 빅 스피커들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는 공모는 또 다른 의미에서 프로젝트의 흥행 요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여기에 참여한 팀들은 당선 (혹은 입상)이 되지 못하더라도 모두 자신의 결과에 쉽게 승복할 수 있을까? 1등 당선작과 2등 작품이 극명한 차이를 갖는 경우는 대체로 드물다. 그렇다고 수십 팀이 제출하는 공모에서 등수 외 작품들은 정말 수준이 형편없는가? 아닐 것이다.
지금 당장 SNS만 뒤적여봐도 알 수 있다. 좀 더 다양한 방식의 보상제도와 함께 보편성이 가미된 심사 기준이 필요해 보인다. 별도 심사위원 풀이 아닌 공모 참가자들에게 심사자격을 부여하여 그들 스스로 경쟁작들을 평가하고 심사하도록 하는 엉뚱한 상상도 해보게 된다.
지면에서 어떤 해결책을 제시하려는 것은 아니다. 필자는 깨어있는 사람 다수가 존재하는 사회라면 반드시 구성원들 대다수가 인정할 만한 긍정적인 방향으로 세상이 변화해 나아갈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부작용들 또한 무시하지 못할 해결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관점에서 설계공모에 대한 역설을 꼬집어 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