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호 건축사(사진=최용호 건축사)
최용호 건축사(사진=최용호 건축사)

건축물 하나가 도시를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을 누가 할 수 있을까요? 저 또한 생각해 본 적 없던 계획이었습니다. 흔히 도시개발사업이나 지구 단위 사업으로만 가능한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 구도심 한복판에 대형 상가 계획을 의뢰받았습니다. 협의를 위해 여러 업체가 모인 곳에서 시행사 대표님이 “이 건물을 시점으로 죽어있는 상권을 한 번 살려보겠다”고 하시며 모두 책임감을 갖고 일하자고 하셨습니다.

그 말을 들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건물 전체를 분양하는 것도 가능할지 모를 정도로 도심 분양시장이 완전히 무너진 상황에서 상권을 살리겠다니…. 또한 건축물 주변은 주점과 노래방 중심의 유흥업소가 발달된 거리였습니다. 여기서 아무리 좋은 건물을 짓는다고 상권이 살아날 수 있을까, 라는 의견이 분분 했습니다.

대형 쇼핑몰이나 대도심에 있을 법한 중정 계획과 분동형 연결 브리지 등 수많은 의견이 있었고 한정된 대지에 모든 의견을 어떤 방법으로 만족스럽게 반영할 것인지에 대한 내부적 회의와 비슷한 규모의 건축물 답사도 많이 했습니다.

그런 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허가, 착공, 준공을 보았습니다. 하지만 눈에 띄는 분양 성과는 없었습니다. ‘역시 건축물 하나로 도심을 변화시키는 것이 힘든 일이구나’ 생각하고 있던 어느 날 SNS를 통해 사진 찍기 좋은 곳이라며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고, 사진들과 영상이 포함된 게시글이 올라가면서 덩달아 활발한 분양과 상권이 형성되었습니다.

중정 공간이 프리마켓과 같은 또 하나의 판매 공간으로 활용되고, 브리지에서 사진을 찍고 자연스레 식당과 카페를 방문하며 상권이 살아나는 모습을 보니 건축물 하나로도 도심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계획을 할 때 반신반의했던 나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되는 기회가 되기도 했고요.

새로운 디자인과 설계, 시행사의 거침없는 투자와 철저한 상권분석, MD 홍보가 있어서 가능했던 프로젝트였습니다. 이 사업을 시작으로 주변 거리에 2차, 3차 프로젝트를 수행하였고, 상권은 점점 더 활기를 찾아갔습니다.

건축물 주변으로 서울 가로수길이나 경리단길처럼 건물명을 딴 길로 불리고 주말에는 문화행사를 진행하는 등,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핫플레이스가 되더니 어느새 침체된 상권이 살아난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 일로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하지 않아서 못 하는 것이다’라는 말을 믿게 되었습니다. 할 수 없다고 미리 포기하는 것보다 할 수 있다고 믿고 준비하는 것이 정말 중요한 것임을 다시 한번 생각했습니다.

어떤 이들은 ‘무모한 투자라고 생각되는 곳에 투자하겠다고 하는 용감한 투자자가 있어서 가능했다’라고 말합니다. 어느 정도 동의합니다만, 용감한 건축주가 용감하게 투자를 준비해 의뢰를 한다면 건축사 역시 성공을 할 수 있도록 항상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공법과 자재, 답사 등을 준비하고 있어야 그런 기회가 온다면 잡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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