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리태 건축사(사진=김리태 건축사)
김리태 건축사(사진=김리태 건축사)

경상북도 북부 지역에서 2018년부터 건축사사무소를 개설해 3년은 혼자서, 또 3년은 직원 한 명과 함께 운영한 지 7년째가 됐다. 요즘 들어 지방에서 사무소를 운영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운 일임을 새삼 느낀다. 지역 건축사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건축 공간을 논하며 사용자와 보다 나은 대안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행정 업무와 예산 문제 앞에서 자주 좌절하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최근 엘리베이터가 없는 초등학교, 대학교, 농업인회관에 엘리베이터 설치 설계용역을 진행한 바 있다. 대체로 이 경우에는 장애인 겸용 엘리베이터로 홀과 승강로를 포함해 바닥 면적 10미터 내외로 증축하곤 한다. 엘리베이터 설치 장소는 본 건물의 공용 공간과 이어지도록 적절한 위치를 고심해 선정한 뒤, 기존 건물과 어울리는 디자인으로 계획을 진행했다.

기존 건물과 구조를 분리하고 증축 부분은 별도로 방화 구획 대상으로 홀에 방화 셔터와 방화문을 설치했다. 실내외는 준불연재(난연 2급) 등급 이상의 마감재로 익스펜션 조인트를 설치해 마무리했다. 건축주와 평면의 기능과 형태 디자인, 구조, 방화 구획, 마감재를 결정하면 해결하기 어려운 한 가지 과제가 남는다.

그 과제는 장애인 엘리베이터 설치 시, 기존 건축물이 현행 기준에 맞게 장애인 편의 시설이 설치되지 않았을 때 발생한다. 별개의 건물이 아닌 수평 증축으로 인해 BF 인증 대상이 아닌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될 때가 있다. 별동으로 지어진 건물이 BF 인증 때문에 비가림 시설 등 처음부터 계획되지 않은 건축물로 억지로 추가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개 발주처는 엘리베이터 증축을 위해 해당 공정에 따른 예정 공사비만을 마련한 뒤 설계용역을 발주한다. 모든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필자는 장애인 엘리베이터를 추가로 설치할 경우 이를 건축물의 증축 행위로 보고, 건축물이 있는 대지 전체를 장애인 편의시설 기준에 맞춰야 한다는 현실에 맞지 않는 규정이 불편한 입장이다. 

편의시설 설치 대상 건축물로서 해당 설치 기준을 모두 충족해 설계 예산을 산정하면, 엘리베이터 증축 예산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든다. 사용자는 엘리베이터만이라도 우선 공사하고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한다. 법이나 기준을 어영부영 넘어가면 안 된다는 것을 알지만, 어제까지만 해도 아무 문제없이 사용하던 건축물이 장애인 엘리베이터 증축으로 인해 누군가에게는 매우 불편한 건물로 전락하고 만다.

대지에 여러 동의 건물이 있을 경우, 증축 해당 건물만 장애인 편의시설로 보는 경우에도 기한을 정하고 예산을 마련해 보완토록 하겠다는 발주처의 사유서 첨부 등 관련 기관의 동의가 있었지만, 대부분 발주처는 장애인 편의시설에 대한 추가적인 예산을 확보해 별도로 공사를 완료한 후에야 사용 승인을 받을 수 있다.

팬데믹 이후 대출 이율은 오르고, 원자재비 및 인건비 상승으로 집을 짓는 사람도 줄어들고 있다. 허가, 신고 건수는 매년 줄어들고 있으며, 건설 경기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민간 대가 기준 마련, 공모전 관련 여러 공론, 외국 건축사들과 국내 건축사들의 입지 우려 등 보다 진취적인 내용을 다루고 싶었지만, 지방 소도시에서 사무실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당장 내일의 업무와 부딪치는 현실적이고 직설적인 이야기를 소개했다. 다소 두서없이 진행된 글이더라도 이해 부탁드리며, 관련 기관 등의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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