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소를 하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생업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개인의 노력도 있었겠지만 언제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동료 건축사들 덕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건축사 자격 하나만으로 일을 시작했을 때 “어디에 무슨 일이 있다고 하는데 한번 해볼래요?”라고 물어봐 주시는 건축사 동료가 있었고, 또는 해보지 못한 새로운 일을 하게 되었을 때 일의 절차나 방법을 세심히 알려주고 아낌없이 본인이 작업한 결과물을 공유해 주는 건축사가 있었다.
최근에 설계공모에 참여한다고 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참여하는 프로젝트와 유사한 사례들을 공유해 주는 건축사, 도면집에 필요한 자료를 공유해 주는 건축사, 긴급한 도움에도 친절한 설명과 본인이 연구하고 만든 데이터를 아낌없이 내어줬던 건축사, 설계안과 성과물을 체크해 주던 건축사, 위로와 격려를 아낌없이 해주며 힘을 북돋아주시는 건축사에 이르기까지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프로젝트 참여인원들이 각자 나누어서 할 일들을 혼자 또는 적은 인원으로 수행해야 하는 소규모 사무소는 실수도 생기고 과제 수행을 위해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그런 때 이런 도움 하나, 따뜻한 말 한마디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일은 개별적으로 연구하고 하나하나 알아가기에는 한계가 있다. 시시각각 개정되고 생겨나는 법규, 다양한 대지조건, 독특한 유형의 건축주나 허가권자 등 너무나 많은 유형의 사례들과 마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료건축사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그렇게 어렵던 문제가 쉽게 해결되는 경우가 있다.
한 가지 일만 깊이 있게 연구하고 업무를 수행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요즘같이 힘든 시기에는 업무의 영역을 넓히고 그동안 해보지 않은 다양한 업무를 소화해야 한다. 처음 하는 일에는 경력과 무관하게 어려움이 발생하는데 그와 같은 상황에서도 결국 도움이 되는 사람은 조금 먼저 그 일을 시작한 동료 건축사이다.
간혹 ‘건축사의 적은 건축사’라는 말을 듣곤 한다. 같은 건축사지만 경우에 따라 평가를 하거나 받아야 될 경우가 있다. 평가를 하는 입장에서 깊이 있게 헤아려 평가를 하고, 평가를 받는 사람 또한 합당한 평가라고 인정하면 잘 정리가 되겠지만 간혹 그 평가가 제대로 된 평가가 아닐 수 있고 제대로 된 평가라고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문제가 발생된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한 발짝 물러서서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보면 어떨까! 서로의 자리는 언제든 뒤바뀔 수 있고 누구보다 상대방의 입장을 잘 헤아릴 수 있으니 말이다.
모두가 힘든 시기인 만큼 출신과 지역 등을 따지기 전에 우리는 모두 좁고 가파른 길을 걷고 있는 동료이며, 불리한 상황 속에서 항상 최전방에 서서 방패막이가 되고 있는 전우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시기와 질투 대신 격려와 위로 그리고 따뜻한 말 한마디 나눌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하나 된 건축사가 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