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K-건축’이 간다! ⑤
다양한 유틸리티 배관과 프로세스 정밀 제어설비 고려한 하이테크설계
현지 법인과 지사 통한 ‘현지화 전략’이 성공 열쇠
글로벌 건축주들의 신뢰와 종합엔지니어링 설계능력 기반해 각종 해외 프로젝트 수주
해외 진출 시, 소방 피난규정 등 국가마다 천차만별인 규정 이해 중요
전기차 수요 증가에 따라 배터리 공급사들의 생산 기지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 확장에 나서고 있는 SK온 역시 유럽에서 전기차 배터리를 본격 양산하는 등 생산거점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하이테크 산업시설 설계 분야에서 국내외 최다 실적을 자랑하는 (주)MAP건축 종합건축사사무소(MAP건축그룹)가 헝가리 SK온 이반차 배터리공장의 종합엔지니어링 설계를 맡았다.
MAP건축그룹은 유럽, 미주, 동남아, 중앙아시아 등지에서 10개의 법인과 지사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해외 법인과 지사에서만 100여 명의 직원들이 50여 개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수행하고 있어, 명실상부한 ‘글로벌 K-건축’ 설계 집단의 위용을 보이고 있다.
헝가리 SK온 이반차1공장(프로젝트명 SKOH2)은 부다페스트 남서쪽 50킬로미터 거리의 소도시 이반차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고성능 전기차 43만대에 공급이 가능한 연산 3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이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배터리 제조 공장은 난이도 높은 화공플랜트성 스마트 공장이다. 크게 전극·조립·화성·모듈과 패킹 공정으로 나뉘는데, 리튬 금속 산화물인 양극재와 탄소 재질의 음극재, 전해질과 분리막을 조합해 셀을 형성하고, 에이징 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를 위해 클린룸, 드라이룸, NMP회수설비, 핫오일(HOT OIL)과 집진 설비 등의 특수설비가 요구되며, 스팀·압축공기·냉각수 등의 유틸리티 배관과 프로세스 정밀 제어설비가 필수적이다.
미국 조지아 배터리 공장과 헝가리 코마롬 공장 등 SK온의 배터리 공장 수행 경험을 가진 MAP건축그룹은 기획단계부터 SK온 기술팀, 시공사 SK에코엔지니어링과 원팀을 꾸려 배치 동선 계획, 공정 및 각종 유틸리티 계획, 소방과 피난·환경설계 등 헝가리 현지 특수조건을 포괄하는 설계를 수행했다. 특히 배관·소방을 포함한 전 공종을 BIM LOD300으로 구현해 원가 절감과 간섭 검토를 포함한 최적화를 도모할 수 있었다. 공사단계에서도 20여 명의 담당 직원들을 현장에 파견해 상세 실시설계를 수행했다.
동유럽의 경우 건축사사무소의 설계 범위는 기본설계(Concept Design), 입찰용 설계(Tender Design, 시공사 선정용), 인허가 설계(Permit Design)까지이며, 공사단계에서는 시공사의 관할 하에 시공 상세설계인 실시설계(Execution Design)를 수행하게 되므로, 현지 건축사사무소와의 협업이 필수이다. 또한 첨단 산업시설은 입찰용 설계 이후에 각종 생산 장비 관련 정보가 변경되는 경우가 많아, 설계통합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해외 프로젝트의 경우 설계 변경을 최소화하는 것이 관건이다. 건축주의 공정 계획이나 생산 장비 선정 등의 정보 제공이 늦어지면 불완전한 설계도서로 착공하게 된다. 이럴 경우 설계 변경이 불가피해지며, 공사 기간과 공사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결국 건축주의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프로젝트를 총괄한 MAP건축그룹의 정형무 대표 건축사는 “SK온 이반차 공장 프로젝트는 설계 각 분야의 통합과 조정이 하이라이트였다”며 “건축주와 시공사를 포함해 SK온 이반차1공장의 완공을 위해 노력한 모든 엔지니어들에게 감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특히 젊은 직원들이 어려움을 이겨내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대한민국 건축의 희망을 보았다”고 소회를 밝혔다.
MAP건축그룹 정형무 대표 건축사와의 일문일답
Q. 설계과정에서 염두에 뒀던 점과 수주단계에서의 에피소드를 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헝가리 SK온 배터리 공장은 미국의 유사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종합엔지니어링 설계 능력을 기반으로 수주하였습니다. 건축주의 신뢰와 축적된 기술력이 수주로 이어진 것입니다. 해외 프로젝트는 인프라 현황 등 상세한 현지 정보와 다양한 인허가 절차가, 현지 시공 기법과 맞물려 설계에 선반영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초기 설계 과정 중 핵심 포인트는 기업 경영층의 방침, 생산품의 특성에 따른 공정계획 등 다양한 변수를 현지 특성에 맞게 접목시켜야 한다는 점입니다. 대체로 건축주의 사전 준비가 충분치 않기 때문에 초기부터 완벽한 설계안을 제시하여 확정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생산 일정을 미루기 어렵고 설계와 공사 기간이 충분치 않을 때는 패스트트랙(FAST TRACK) 방식을 통해 건축주의 요구를 충족시키고 있습니다.
Q. 해외 건축 설계과정에서 추구하는 지향점이 있다면?
‘철저한 현지화’와 ‘고객만족’으로 정의할 수 있겠습니다. MAP건축그룹은 해외 현지 여건에 생소한 건축주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한 후, 현지 법규, 인허가 절차, 공사 여건 등을 고려해 설계 전 과정에서 목표를 이루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설계도서가 완벽에 가까울수록 공사 단계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문제점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설계는 해외 프로젝트의 시작과 끝입니다. 건축주의 의도대로 건축물을 완성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며, 공사와 유지관리를 위한 안전장치임을 수시로 임직원들에게 주지시키고 있습니다.
Q. 모든 요소를 고려한 설계가 완공으로 이어졌을 때 개인적인 감회와 소감도 궁금합니다.
MAP건축그룹은 설계도서를 납품하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공사가 완료될 때까지 직원들을 현장에 파견해 시공 관리(Construction Administration) 서비스나 현장 엔지니어링(Field Engineering)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시공사와 협력하며 공사 전 과정을 모니터링하기 때문에, 완공시점이 되면 프로젝트를 주관한 건축주, 시공사와 현지 설계사, 무엇보다 당사 각 분야 임직원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먼저 들곤 합니다.
예전처럼 한 사람의 건축사가 프로젝트를 대표하던 시절은 지났습니다. 공사 완공은 참여한 모든 이들의 협업 결과물이기에 참여한 모든 분들에게 공평하게 그 공을 돌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해외 프로젝트를 추진함에 있어 주의할 점과 특별한 노하우가 있다면?
동유럽 첨단 생산시설 중 하나인 넥센타이어 체코 공장 설계 경험을 예로 들면, 환경단체 공청회 등으로 인해 인허가에만 2년이 걸렸습니다. 헝가리 SK온 공장의 경우 현지 피난과 방재 규정이 매우 까다로워 Deviation Permit(우리나라의 성능 위주 설계에 해당)으로 접점을 찾아야 했습니다. 폴란드 SK넥실리스 공장의 경우, 건축주의 생산 관련 정보 변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철골조로 설계했지만 내화 구조 문제가 대두돼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드렸는데, 이처럼 해외 프로젝트를 수행하다 보면 예상치 못했던 상황에 맞닥뜨리는 경우가 자주 생깁니다. 때문에 권역별 해외 지사의 필요성이 강조되기도 합니다. 해외 지사 운용이 어렵다면, 철저한 사전 조사와 현지 업체와의 상생 협력이 중요합니다.
일부 건축주는 국내에서 설계를 완료한 뒤 ‘현지 전환 설계’하는 방식을 제안하기도 하는데, 이는 잘못된 접근 방식입니다. 설계 초기단계부터 인허가와 시공성을 고려하여 철저하게 현지화하여야 합니다.
Q.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MAP건축그룹은 (주)MAP건축 종합건축사사무소, (주)MAP씨엠, (주)MAP엔지니어링 및 케이펙기술(주)로 구성돼 있습니다. MAP건축 종합건축사사무소는 디자인 부문, 하이테크 부문, 도시건축 부문을 갖추고 있으며, CM과 감리를 수행하는 MAP씨엠, 기전 설계를 담당하는 MAP엔지니어링, 그리고 배관 계장 등 플랜트 엔지니어링을 수행하는 케이펙기술이 한 팀이 되어 프로젝트를 수행합니다. 건축 설계는 종합예술이자 첨단 기술의 총화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건축 교육이 계획과 표현기법 위주로만 편향돼 있지 않은가 우려하고 있습니다. 해외 프로젝트에서 건축사는 설계뿐만 아니라 공사를 포함한 해당 프로젝트 전반을 꿰뚫는 기술력을 겸비해야 합니다. 마치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여러 악기의 특성에 정통해야 하듯이 말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 끈기와 인내야말로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후배 건축사들의 해외 시장 진출 노력에 이 기사가 작게나마 보탬이 되면 좋겠습니다. K-건축의 앞선 설계 능력을 지구촌 곳곳에서 구현하시기를 희망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