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엄마들은 서로의 조리법을 물어보고 가르쳐주면서 친분을 쌓아갔다. 요즘은 인터넷을 열고 ‘떡볶이’만 검색해도 수십 가지의 다양한 조리법을 볼 수 있고, 심지어 떡볶이 밀키트 광고가 자연스레 화면 하단에 뜨곤 한다. 정보를 얻기 쉽고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으며, 직접 만들지 않고도 전문가의 맛을 주문하여 즐길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이러한 시대에 건축사라는 전문가가 가지는 권위와 가치는 예전과는 사뭇 달라졌음을 느낀다. AI가 대지분석을 하고, 법규 검토 리스트를 보여주며, 가치판단을 해준다. 건축 관련 플랫폼과 프로그램은 건축주에겐 합리적이지만, 나에게는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경쟁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AI를 통해 모두가 정답을 아는 세상에서 나만의 가치를 드러내는 방법은 무엇일까 고민하다 나와 동료는 우리의 삶과 일하는 방식, 성장하기 위한 노력과 좌절한 경험을 온라인으로 기록하기로 했다. 모두가 볼 수 있는 곳에 차곡차곡 쓰인 이야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단단해진 ‘나’를 나타낼 테고, 진정성 있는 ‘서사’는 타인과 나를 다르게 만드는 경쟁력이 된다. 그래야 가치와 방향성이 비슷한 건축주가 나를 선택할 것이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가족의 지원과 간간이 로또처럼 당첨되는 입찰, 이제는 법적 기준도 지켜지지 않는 설계 공모의 입상자 보상비 등에 기대어 건축사로서의 아비투스를 다듬고 만들어가기에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앞으로 몇 년 동안 기록이 쌓일 때까지 생존을 기원하며, 지치지 않기를. 자신만의 길에서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있는 나와 이 시대의 전문가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나아가 모두가 같은 꿈을 가지지 않기를, 여러 가지 맛과 향을 가진 자신만의 떡볶이를 만들기를 희망한다. 개인의 맛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주변의 동료와 지역의 특색도 담아내어 1대, 2대, 3대 등 대를 이어 기록이 쌓이기를 희망한다. 결국 우리는 온라인으로 홍보를 하더라도 먹고사는 문제는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지는 점을 잊지 않고, 두 발을 자신이 사는 땅에 딛고 있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