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스승의 날에 문득 건축사는 많은 스승을 만나는 직업이란 생각이 들었다. 건축설계를 처음 접하는 대학 시절에는 소그룹의 설계스튜디오에서 매 학기 여러 교수님과 긴밀하게 토론하며 성장해 나가고, 대형 강의로는 건축에 필요한 이론적인 바탕을 다져나간다. 모델과 패널을 만드는 기술은 틈틈이 동기들과 선후배의 어깨너머로 배워간다. 졸업 이후 초년생으로 건축사사무소에 취업하면 회사의 선임과 대표 건축사님이 실무에 필요한 다양한 지식과 여러 협력업체와 함께 프로젝트를 꾸려나가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감리를 맡게 되어 현장에 나가면 이곳 또한 배울 것이 부지기수이다. 이렇게 배우는 내용도, 가르쳐주는 사람도 촘촘하게 많은 것이 건축사고, 그렇게 성장을 하는 것 같다. 이 와중에 건축법규는 변하고 건축재료는 새롭게 출시되며 프로젝트마다 검토가 필요한 내용은 달라지고 계약, 허가, 착공, 사용승인 동안 별의별 처음 겪는 일이 등장한다.
현재는 많은 것을 인터넷으로 검색할 수 있고, AI에게 물어보면 즉각적인 답을 얻는 시대이다. 하지만 여전히 몸으로 축적한 정보들, 해결할 일의 순서를 볼 수 있는 관록, 지엽적인 것 같지만 간과하면 안 되는 사항, 막막해 보여도 해보면 쉬이 지나가는 절차에 대한 모든 내용이 웹 상에 올라가 있지는 않다. 내가 무엇을 효율적이지 않게 하고 있는지를 모르면 이를 개선하기 위한 질문을 할 수 없고, 질문을 하지 않으면 ChatGPT는 답을 주지 않는다.
결국 이런 것들은 한 사람을 옆에서 지켜보고 그것은 이렇게 해보라고 손을 내밀어 주는 ‘사람’이 있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부분들이다. 내가 알고 있는 지식 한 조각이 누군가 힘들게 하고 있는 일 혹은 놓치고 지나갈 뻔한 일을 해결하는데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게 되기에 더 물어보고 가르쳐주고 내가 알고 있는 것은 흔쾌히 나누는 건축사의 사회적 풍토가 형성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렇기에 이 자리를 빌려 지식과 지혜를 기꺼이 나누어 주셨던 많은 스승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자 한다. 각자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알고 있는 것을 널리 쓰고자 나누었던 많은 순간들이 모여 더 좋은 건물이 지어지고 더 좋은 도시가 이루어진다고 믿는다. 그리고 이러한 배움의 공유 안에 있을 때 건축사로서의 어떤 소속감, 큰 줄기에 속해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배움의 여정 동안 여러 스승님께서 가르쳐 주셨던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앞으로 더 많이 묻고 배우고, 잘 나누고 전달하는 중간 다리의 역할 또한 충실히 하고자 다짐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