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공모 참가 신청을 접수한 업체가 100개를 넘어서는 경우들을 보며 놀라워했으나, 최근에는 200개를 넘어서는 경우도 자주 보인다. 작품을 완성하여 제출하는 경우도 50개 혹은 80개를 넘기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이러한 공모가 사회적, 문화적으로 특별한 건축물에 대한 것이라면 이해가 되겠지만, 이는 지역의 작은 건축물에 대한 공모이며 그 건축물이 가지는 의미가 그렇게 크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이는 업무를 만들어내기 위해 수많은 건축사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중 신진 건축사들의 비율이 상당히 높다고 생각된다.

설계공모에 참여하는 건축사들은 자신만의 아이디어가 담긴 출품작들이 모여 포트폴리오가 축적되는 것을 목표로 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 당선이나 입상을 통해 업무를 확보하거나 상금을 받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들의 가장 큰 바람은 설계공모가 공정하게 진행되고 그 결과가 투명하게 공개되는 것이다.

심사는 사람이 하는 것이어서 주관적인 의견이 개입될 수밖에 없지만, 토론과 투표의 과정이 적절히 공개된다면 더 좋은 작품이 당선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 이 과정이 충분히 공개되지 않거나, 결과에 대한 의문사항에 대해 적절한 답을 얻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참여자와 심사위원이 사전 접촉을 하지 않는다는 서약서와 확인서를 작성하지만, 과연 다른 사람들은 모두 접촉하는데 본인만 접촉하지 않는 것인지 불안한 마음이 들 수 있다. 점점 더 많은 심사위원들이 사전 접촉이 설계 공모 부정의 시작이라고 판단하며, 이를 정확히 문제 삼고 사전에 연락 자체를 차단하거나 심사를 진행시키지 않는 경우도 생겨나는 것은 고무적이다.

원칙을 지켜 더 공정하게 심사하려는 노력이 조금씩 제자리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좋은 사례들이 쌓이는 반면, 부정한 행위에 대한 제보와 증거들도 쌓이고 있다. 부정 행위는 혼자서 비밀에 부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이 있기 때문에 꾸준히 기록되고 흔적이 남는다. 스스로에 대한 윤리 규정을 높이고 원칙을 지켜야 할 것이다.

자정 작용이 어렵다면 법과 제도가 강화될 필요가 있다. 부정행위자에 대해 보다 강력한 처벌이 가해져야 한다. 건축사 업무의 다양한 부분에서 강한 법적 제재가 있으나, 설계공모 부정에 대해서는 적발되고 처벌받는 경우가 많지 않다. 많은 신진 건축사들이 사활을 걸고 설계공모에 치열하게 매달리고 있는 만큼, 공정하게 진행되도록 하는 노력이 반드시 그리고 신속하게 필요하다.

부정행위가 완전히 근절될지 의문을 갖기보다는 스스로 선언하고 실천해야 한다. 아울러 지금처럼 치열한 경쟁에 대한 개선 방법도 논의돼야 할 것이다. 현재의 상황에서는 수많은 설계 대안이 대가 없이 만들어지고 있다. 당선자 한 사람을 위해 소모되는 다른 수많은 사람들의 시간과 노력이 충분히 보상받도록 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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