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건축 예산, 국내 건축계 발전에 기여하지 않고
외국 업체에 사용되는 현실 온당치 못해

외국 건축사들에게는 과도한 비용 지불하는 현실인 반면,
국내 건축사 낮은 설계비와 무한 책임,
무상 설계 변경 등 상대적 박탈감

“왜곡된 설계비 정상화 통해 적정 대가 보장,
공공 프로젝트에서 국내 건축사에게 우선권 부여,
공공 프로젝트 선정 과정의 투명성 제고 등
세심한 정책 배려 필요하다” 제언

서용주 건축사는 “국내 건축설계 기반을 정상화하고, 경쟁력을 높일 세심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사진=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서용주 건축사는 “국내 건축설계 기반을 정상화하고, 경쟁력을 높일 세심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사진=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외국 건축사들이 국내 주요 건축 프로젝트를 독점하는 경향이 심화되면서 국내 건축사들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최근 강남구 삼성동의 스택트 시티(Stacked City)’로 서울시 도시건축디자인 혁신사업에 선정된 서용주 건축사는 최근 대한건축사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국민 세금으로 짓게 되는 공공건축물 예산이 국내 건축계와 산업 발전에 기여하지 않는 외국 업체에 쓰인다는 것은 누가 봐도 온당치 못하다외국 건축사가 국제 설계공모에 당선되며 건축시장을 급속하게 잠식하면서 해외에서는 한국 특수에 올라타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는 형편이다고 개탄했다.


서용주 건축사는 이어서 국내 건축사들이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보호가 절실히 필요하다현재의 상황은 마치 외국 건축사들이 한국 시장을 손쉽게 장악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과 다름없다. 이는 국내 건축사들의 발전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국내 건축산업의 기반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국내 주요 건축 프로젝트는 사실상 외국 설계업체들이 독식하고 있다. 이번 달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총괄로 토머스 헤더윅이 선정됐고, 대전 아트파크 프로젝트에는 구마겐코, 유엔스튜디오, 자하하디드가 지명됐다. 더현대 광주 프로젝트는 헤르조그 앤 드뫼론이, 노들섬 프로젝트에서는 토머스 헤더윅이 당선됐으며 야르케 잉겔스와 위르겐 마이어가 지명됐다. 삼성동 GBC 프로젝트에는 노먼 포스터가 선정됐고, 서울시 제2차 도시건축디자인 혁신 사업에서는 토머스 헤더윅, BIG, 위르겐 마이어가 일부를 맡았다. 성수동 크래프톤 본사 프로젝트는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담당하며, 부산에서는 MVRDV의 비니 마스가 명예자문건축가로 선정됐다. 이로 인해 국내 건축사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높다.

서 건축사는 국내 건축사들은 공공이던 민간이던 설계비가 생존이 어려운 정도의 요율 수준을 30년 넘게 지속해오고 현장에서 좋은 건축물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국내 건축사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 사실상 공소시효도 없는 무한책임과 수많은 설계 변경을 무상으로 하게끔 하는 현실에서 힘들게 건축을 하고 있는데 반해, 외국 건축사들에게는 그들이 요구하는 것보다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특히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프로젝트는 최소한 국내 건축설계 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고 이를 위해 한 명의 국내 건축사에게라도 기회를 더 주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 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자국 건축사를 보호하고 육성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미국과 독일은 공공 프로젝트에서 지역 건축사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정책을 시행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정책적 보호는 자국 건축 설계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필수적임을 강조했다.

미국은 공공 프로젝트에서 지역 건축사 참여를 장려하고, 이를 통해 지역 건축사들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독일 정부는 공공 주택 리노베이션 프로젝트에서 자국 건축사들에게 우선권을 부여해, 그들의 전문성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서용주 건축사는 또한 우리나라도 외국 건축사들과의 협업이 의무화되어 있지만, 현실적으로 국내 건축사들이 하청업체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이러한 상황에서는 국내 건축사들이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기 어렵고, 결국 국내 건축산업의 질적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행정가들이 바뀔 때마다 자신의 업적을 쌓기 위해 외국 건축사를 활용하는 관행을 개선하고, 국내 건축설계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속적이고 일관된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내 건축사가 외국 설계업체와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설계비 정상화를 통해 적정 대가를 보장하고, 공공 프로젝트에서 국내 건축사에게 우선권을 부여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따라서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한 다양한 지원이 절실하며, 공공 프로젝트 선정 과정에서도 투명성을 높여 국내 건축사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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