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 자격을 취득한 뒤, 호기롭게 사무소를 개소했다. 개소 축하 인사를 받고 나니 앞으로 무슨 일을 해야 할지 현실적인 고민이 뒤따랐다. 멋진 설계 프로젝트를 수행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와는 달리, 이제 막 사무소를 개소한 건축사에게는 기회 가 곧바로 찾아오지 않았다. 기회를 만들기 위해 사무소 홍보와 더불어 나라장터를 통한 입찰과 설계 공모를 진행했다. 크고 작은 공공 및 민간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포트폴리오를 쌓으며, 다수의 현상설계 공모에도 참여했다. 당선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몇 차례 입상하면서 조금씩 당선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1~2년 사이에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설계 공모의 경쟁률이 이전보다 몇 배나 높아졌다. 민간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일도 마찬가지로 어려워졌다. 기존의 업무 범위뿐 아니라 다양한 방법으로 일을 진행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꼈다. 그래서 건축 기획, 타당성 조사, 마을 만들기 사업, 취약 지역 개조 사업 등 생소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건축 기획과 타당성 조사는 건축 설계 프로젝트 발주 전에 사업의 타당성, 규모 검토, 적정 사업비 확보 등을 위해 반드시 수반되는 중요한 업무이다. 건축사라면 한 번쯤 신축 및 리모델링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터무니없는 사업 비에 당황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공공 건축물을 계획하면서 산출된 공사비를 줄여본 적도 있을 것이다. 건축 기획은 이러한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 적정 공사비를 산출하고, 프로젝트 진행 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예측해 대비하 는 업무이다. 적정 공사비가 확보되면, 이후 건축사는 공사비 내에서 자유롭게 기획 및 시공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는 공공건축의 품질 향상으로도 이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사전 검토, 공공건축 심의를 통해 보완하여 건축 기획이 잘 준비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마을 만들기 사업, 취약 지역 개조 사업 등은 지방의 작은 마을에 필요한 시설을 신축하거나 리모델링해 노후 주거지를 개선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의 취지는 지역 랜드마크를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고령의 거주자들을 위한 노후 주택 개선이다. 디자인에 대한 고민보다 우선한 것은 현재의 건축물이 갖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었다. 50년 이상 된 주택 수십 채를 일일이 다니며 어르신들을 만나 상담을 통해 작업을 진행했다. 생각보다 까다로운 일이었지만, 그 속에서 또 다른 보람을 느꼈다.
건축사의 능력은 생각보다 다양한 업무에서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생소한 진행 과정 속에서 나름의 노하우를 얻었다. 경험이 쌓이다 보면 선택할 수 있는 프로젝트의 폭도 넓어지고, 건축사로서의 개인 능력도 다재다능해질 것이라 믿는다.
한정된 경계 안에서 일을 기다리기 보다 적극적으로 일을 찾아나서야 할 시기다. 어려운 시기 속에서도 다양한 기회 속에서 가치를 찾는 건축사가 되길 바란다. 모든 건축사에게 응원을 보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