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아 건축사(사진=백현아 건축사)
백현아 건축사(사진=백현아 건축사)

매력적인 장소를 만드는 주체는 누구일까? 건축사를 포함한 많은 분야의 전문가들이 아름다운 마을, 매력적인 장소를 만드는 데 힘을 모은다. 이처럼 크고 위대한 일을 초기 기획부터 운영까지 주도하는 사람들을 디벨로퍼라고 부른다. 어찌 보면 우리 건축사보다 더 공간과 사람을 적극적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분야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에서는 다소 생소하지만, 일본 취업 준비생들을 대상으로 입사 선호도를 조사하면 상위권에 항상 디벨로퍼 기업이 자리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최근 일본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바꾸는 개발들을 살펴보면 사람과 기업이 모이는 차별화된 콘텐츠, 매력적인 장소를 품는 건축물이 많아지고 있다.

최근 롯폰기 힐즈의 성공으로 유명한 모리빌딩은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힐즈를 선보였다. 대규모 주거ㆍ업무ㆍ문화 복합지구 ‘아자부다이 힐스(Azabudai Hills)’이다. 토마스 헤더윅이 설계한 저층부 가로변 상업시설 디자인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이보다 모리빌딩의 두 가지 개발 콘셉트가 인상적이다.

첫째는 지역성을 담아내는 도시개발이다. 대상지 주변은 대사관과 외국계 기업이 모여 있어 독신 외국인이 많았다. 외국 비즈니스맨이 아닌 외국인 가족을 유치하자는 목표 아래 글로벌 기업과 그 가족을 담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주거, 업무, 상업시설뿐만 아니라 문화, 의료, 국제학교를 도보권 내에 배치하여 거주성을 높였다.

둘째는 사람과 깊이 관계 맺는 GREEN이다. 옥상에 논과 밭을 만들어 이웃을 연결하는 공간으로 계획하였다. 함께 어울려 모내기와 추수를 하면서 아이들은 친구가 되고 부모들은 이웃이 된다. 과수원과 텃밭은 흔한 옥상 정원이 아닌 사람을 잇는 매개체가 된다. 그 지역에서 자라나는 풀과 나무를 심어 지역 생태계도 보전하였다. 지역 특성을 고려한 단단한 비전 설정 덕분에 아자부다이 힐스에는 유명 외국계 기업이 입주하고 그 가족들이 정착하고 있다고 한다. 저출산 고령화로 생산 가능인구가 줄어 해외 인재와 기업 유치가 필요한 일본에 적합한 사업모델이다. 

이처럼 지역 경쟁력을 이끄는 개발을 하려면 비전설정부터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계획, 운영 계획이 일관되게 작동해야 한다. 비전에 따라 개발 계획이 만들어지고, 계획에 맞는 건축사를 통해 하드웨어인 건축계획을 제대로 세우고, 운영 및 세부 소프트웨어 계획까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 면에서 보면 우리나라 개발사업 현실은 아직 아쉬움이 남는다. 다수의 사업들이 사업 안정성 확보와 초기 투자비 회수에 초점이 맞추어 있다. 비전을 그리기보다는 대출이 잘 나오는 기존 사업개발 모델을 답습한다. 파이낸싱에 유리한 대형상점 유치로 한국의 상업시설은 비슷비슷한 테넌트로 채워져 있다.

고금리와 원자잿값 상승으로 건설업 전체가 침체되는 매우 어려운 시기이다. 어쩌면 지금 위기가 생각을 재정립하고 새 출발 할 수 있는 기회이지 않을까? 긴 호흡으로 진정한 가치 창출이라는 기본으로 돌아가 “신뢰받는 기업” “입사하고 싶은 회사”로 거듭나는 한국형 디벨로퍼 회사가 탄생하여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프로젝트들이 많아지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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