偶吟(우음) 문득 떠오르는 생각을 우연히 시로 읊다


- 송한필(宋翰弼)

 

花開昨夜雨(화개작야우)
어젯밤 비에 피어난 꽃이

花落今朝風(화락금조풍)
오늘 아침 바람에 지는구나

可憐一春事(가련일춘사)
가련하다 한 봄의 일이여

往來風雨中(왕래풍우중)
비바람 속에 가고 오누나

- ‘운곡집(雲谷集)’ 중에서/ 1622년


송한필은 조선 선조때의 문인이다. 본관은 여산(礪山). 자는 계응(季鷹), 호는 운곡(雲谷)으로 구봉(龜峰) 송익필(宋翼弼)의 동생이다. 어릴 때는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나중에는 온 가족이 노비로 전락해 추노꾼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었다. 그러나 율곡 이이가 “성리학을 논할 사람은 송익필과 송한필 형제 뿐이다”고 했을 만큼 성리학의 대가였다. 지난 밤 피었다가 오늘 지는 꽃이 마치 자신의 일과 같았던지 오언절구로 강렬하게 한 봄의 일을 펼쳐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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