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현재·미래 잇는 ICT 기반 새로운 도서관
기존 도서관도 연결돼, 도서관의 과거와 현재 느낄 수 있어
설계자 이민 건축사 “별동(別棟)보다 하나로 이어 짓는 모험 선택”

해마다 전국 각 지역에서는 그 지역에서 새로 지어진 건축물 중 탁월한 작품을 선정해 건축상을 수여한다. 심사위원들의 경탄을 자아내며 시기마다 건축문화를 선도했던 작품들은 주변 환경과 함께 잘 숨 쉬고 있을까? 대한건축사신문은 역대 수상작들을 다시 찾아 그 건축물들의 현재 모습을 살피고 설계를 담당했던 건축사와 건축주의 이야기를 듣는 기획을 마련했다. 서른아홉 번째 작품은 2023 인천시 건축상 대상 수상작 인천대학교 제2도서관’(이민 건축사, .엄앤드이 종합건축사사무소)이.

2023 인천시건축상 대상 수상작 ‘인천대학교 제2도서관’(설계=이민 건축사, 주.엄앤드이 종합건축사사무소, 사진=박영채)
2023 인천시건축상 대상 수상작 ‘인천대학교 제2도서관’(설계=이민 건축사, 주.엄앤드이 종합건축사사무소, 사진=박영채)

대학교 도서관. 20여 년 전 기자가 이용했을 때만 해도 목적이 단순한 건축물이었다. , 그중에서도 시험 대비나 논문 작성에 필요한 책이 잘 정리돼 있었고, 각종 시험을 대비할 수 있는 학습 공간이 잘 구성돼 있었다면 충분했다. 도서관은 정해진 목적을 위해 방문하고 그 목적이 달성되면 출구를 찾는 대표적인 건축물이었다.

2010
년대 중반을 지나면서, 도서관이 복잡해졌다. 이는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다. 책이라면 종이책만 있고, 공부라면 책을 펴고 열심히 읽거나 적는 행위를 일컫던 시절을 지나 멀티미디어 시대가 되면서 도서관도 여러 복잡한 필요를 담아내는 공간으로 하나하나 변신하기 시작했다. 주요 행정구역마다 들어서 정해진 역할만 수행하던 도서관은 좀 더 유연하게 몸을 낮춰 일상 속에서 함께 호흡하기 시작했다.

2023
인천광역시 건축상 대상 인천대학교 제2도서관’(이민 건축사, .엄앤드이 종합건축사사무소)은 이러한 변화가 대학교에도 완전히 당도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건축물이다. ‘이룸관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 도서관은 설계부터 명칭을 정하는 데 이르기까지 공모 과정을 통해 인천대 구성원의 의견이 반영돼 지어졌다. 이용자의 위상은, 단순히 지어진 건축물을 이용하는 객체에서, 설계부터 준공까지 각각의 과정마다 참여하는 주체로 올라섰다.

2023 인천시건축상 대상 수상작 ‘인천대학교 제2도서관’(설계=이민 건축사, 주.엄앤드이 종합건축사사무소, 사진=박영채)
2023 인천시건축상 대상 수상작 ‘인천대학교 제2도서관’(설계=이민 건축사, 주.엄앤드이 종합건축사사무소, 사진=박영채)

기존 학산도서관 동쪽 면과 연결되어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까지 이루어져 있으며, 전체 면적은 7111에 이른다. 천장에 맞닿은 지하부터 시작되는 개방적인 공간미가 돋보이고, 모든 층이 기존 도서관과 연결돼 뛰어난 연결성을 자랑한다.

윤영돈 관장은 기존의 도서관이 정()적인 도서관이었다면, 이룸관은 협업과 지식생산, 다양한 문화 활동이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동()적인 도서관이라면서 시간적으로는 과거에서 현재를 지나 미래를 향하고 있으며 공간적으로는 대학을 넘어 지역사회와 시민을 향해 문을 열고 있다고 말했다.

원래 건축주인 학교 측 요구는 기존 도서관과는 다르게 말 그대로 제2의 도서관을 지어달라는 것이었지만, 설계자 이민 건축사는 기존 도서관이 갖고 있는 여러 요소들을 새 도서관의 건축적 구성요소로 사용하는 모험적인 안을 선택했다. 결과적으로 그 모험은 성공해, 인천대학교 학생은 물론 지역 주민들에게도 너무나 소중한 새로운 공간이 탄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음은 설계자 이민 건축사와의 일문일답이다.

이민 건축사와의 일문일답

이민 건축사(주.엄앤드이 종합건축사사무소), 사진=이민 건축사
이민 건축사(주.엄앤드이 종합건축사사무소), 사진=이민 건축사

Q. 인천대학교 제2도서관을 설계하게 된 과정과 설계과정에서 염두에 두었던 점은?

인천대학교에서 도서관의 증설을 위해 설계공모를 실시했고, '엄앤드이'가 선정되었습니다. 공모 당시, 부지 위치는 기존 도서관 뒤편의 내부 도로로 이격된 곳이었으며, 그곳에 별도 건물로 설계하는 것이 요구조건이었습니다. 사이트를 방문했을 때, 기존 도서관이 갖고 있는 필로티 공간, 계단식 광장, 그리고 지하 선큰 등의 요소들을 새 도서관의 건축적 구성 요소로 활용하면 훌륭한 공간이 탄생할 것 같았습니다. 별동보다는 하나로 연결하여 짓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일 것이라 판단하고, 지침을 어기는 모험적인 설계안을 제출했습니다.

Q. 그렇게 염두에 뒀던 점을 어떻게 구현하셨는지요?

새로운 도서관은 딱딱하고, 재미없으며, 불편해서 사용자가 잘 찾지 않는 기존 도서관 개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설계 컨셉은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기존 도서관의 필로티, 계단 광장과 같은 구성 요소를 잘 활용하는 것입니다. 기존 건축이 가진 요소들을 활용하여 신축 도서관의 열람 공간을 다양하고 흥미롭게 만들어, 학생들이 공간 자체에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로써 사용자가 기분 좋게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두 번째는 개방적인 공간을 통해 커뮤니티 센터 같은 도서관을 만드는 것입니다. 고시원의 방을 연상시키는 폐쇄적인 도서관이 아닌, 동료들을 만나고 정보를 교환하는 적극적인 친교가 이루어지는 대학의 커뮤니티 센터와 같은 도서관을 만드는 것이 인천대에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층간이 열려 있어 시야가 교환되며, 공간의 크기가 층 단위로 구분되지 않고 프로그램에 따라 변화하여 친교가 활발히 이루어지는 도서관이 되길 바랐습니다. 세 번째는 새 도서관을 현대가 요구하는 프로그램을 갖춘 시설로 만드는 것입니다. 단순히 열람이나 정보 검색을 넘어서, 동료와 함께 창업할 수 있는 가라지 공간, 메이커스 스페이스와 미디어 랩, 증강 현실 홀, 그리고 큐레이션 공간 등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갖춘 도서관이 되도록 했습니다.

Q. 설계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설계 과정은 항상 어렵지만, 가장 어려웠던 점은 공사비 예산 내에서 설계를 맞추는 일이었습니다. 기획단계에 정해진 공사비에 설계를 맞춘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어서 실무진들이 마음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Q. 건축설계를 시작하면서 가진 건축적 지향점이 있다면?

그 장소의 장소성을 파악하고 그 것을 존중하며 설계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기존 도서관과의 관계를 종속적이 아니라 상호 존중하는 관계로 정하여 공간을 구성했고, 압축과 확산을 통한 상대적인 공간감으로 서로 호응하도록 했습니다. 외관은 기존 도서관의 어휘를 존중하여 차용함으로써 새로운 건물과 기존 건물 간의 외관상 이질감이 최소화되도록 계획했습니다.


Q. 그 지향점을 이 작품에 잘 반영했다고 생각하는지요?

건물이 다 지어지고 아쉬운 점이 많았습니다. 그렇지만, 처음 생각했던 콘셉트가 반영되어 건물이 준공되었고, 학생들이 새 도서관을 매우 좋아해 이용률이 2배 이상 증가했다는 사실에서 큰 보람을 느낍니다.


Q. 이번 수상이 건축사님에게 어떤 의미인지요?

시공 여건과 공사비 문제로 어려움이 많았지만, 수상하게 되어 함께 노력한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무소의 실무진, 인천대학교 관계자, 그리고 인테리어 및 시공사 관계자들의 노력 덕분에 이루어진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Q. 근래에 들어 관심을 두고 있거나 설계에 적용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새로운 외관과 콘셉트보다 그 장소의 특성을 잘 반영한 건축을 하는 것에 가장 관심이 많습니다. 또한, 모든 건축의 궁극적인 목표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금 더 밝고, 쾌적하며, 편리한 집을 지어 사람들이 행복해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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