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익노 건축사·조익노 건축사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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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은 현재 서울에서 트렌디한 장소 중 한 곳이다. 전시회가 열리고 세련된 인테리어의 카페와 레스토랑 등 성수동을 구성하는 콘텐츠가 예전과 확연히 달라졌다. 이런 요소가 모여 성수동을 트렌디한 장소로 만들었다. 이제 성수동은 과거와 다른 문화적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으로 변모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한 지역에 형성된 이미지를 변화시키기 위해 필요한 게 단순히 엔터테인먼트 요소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과거와 현재가 적절하게 어우러진 건축물이 만들어내는 풍경도 성수동을 트렌디하게 만드는 한 가지 요인으로 봐야하지 않을까.

성수동은 1970년대 이후 중공업의 발달로 형성된 지역이다. 지금도 성수동 곳곳에는 여전히 옛 공장이나 당시 지어진 건축물의 크고 작은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당시 붉은 벽돌이 흔한 건축소재였던 만큼 자연스럽게 벽돌을 쌓아 올려 벽을 만드는 조적식 구조의 건축물이 많이 남아 있다. 지금의 건축 트렌드와 다르다보니 건축물 에서 이질감마저 느껴진다. 동시에 1970년 대의 어느 날에 와있는 향수를 느끼게 한다. 물론 사람들이 단순히 조적식 건축물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성수동을 찾는 건 아닐 것이다. 무엇이 사람들을 성수동으로 모여 들게 하는 걸까.

아마도 리노베이션(Renovation)의 힘일 것이다. 리노베이션은 리모델링과 다른 개 념이다. 리노베이션은 건축물의 본질적인 성격을 유지하는 게 핵심이다. 기존 건축 물을 허물지 않고 기능과 성능을 높여 고도화하는 대규모의 개보수작업이다. 건축 물 내·외부를 고치는 방법, 외관만 수선하는 방법, 증·개축을 통해 건축물 전체를 고치는 방법이 있다. 이에 반해 리모델링은 본래 기능의 회복과 개선에 방점이 있어 대부분 내부개조를 의미한다. 현재의 성수동은 리노베이션을 통해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를 아우르는 장소로 변모했다. 물론 수명이 다한 건축물을 대신해 새로운 디자인과 건축양식으로 다시 지을 수도 있다. 하지만 건축물의 낡음을 받아들이고, 과거의 흔적을 현재와 연결하는 리노베이션이야 말로 세대를 아우르며 트렌디함을 만드는 힘이다.

얼마 전 서울 성동구청이 성수동의 붉은 벽돌 건축물 밀집지역을 확대·지정했다고 밝혔다. 붉은 벽돌이 성수동만의 특색이라고 본 것이다. 성수동에 분포한 1970~80년대 붉은 벽돌 공장과 창고, 1980~90년대 조성된 붉은 벽돌 주택의 보전과 지원을 하려는 목적이라고 한다. 성동구는 서울시의 예산지원을 받아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시범사업을 시행했다. 앞으로는 뚝섬역 남측 일대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성수동 전역으로 붉은 벽돌 건축물이 확대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는 성동구청의 말처럼,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리노베이션으로 성수동만의 역사를 써나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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