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KIRA 신입 회원에게 듣는다 - 이양재 건축사(세종특별자치시건축사회)
AI 등 최신기술 업계 변화 예고
위기를 기회로 ‘함께 업역 확대 준비’ 필요
신진건축사들은 꿈이자 목표인 건축사 자격을 취득하고, 협회 가입에 이르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학부졸업, 실무수련, 수험생 생활, 그리고 창업까지 모두가 쉽지 않은 선택의 연속이고, 지난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신입회원에게 듣는다’는 긴 노력의 시간 끝에, 사무소 개소에 성공한 건축사들을 만나는 시간으로 구성된다. 삶의 에피소드와 더불어 창업기 등 동료이자 선후배가 될 이들을 조명함으로써 활력 넘치는 업계, 소속감과 연대의 가치를 공고히 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 <편집자주>
“공격은 최선의 방어가 될 수 있습니다.” 시대가 빠르게 변하면서 전통적인 건축의 개념이 희미해지고, 설계와 감리 업무 역시 현재보다 축소될 가능성이 많다는 이양재 건축사가 인터뷰 장이 마련되자 화두로 던진 말이다.
그는 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업역 확대가 필요하고, 목표의 달성을 위해서는 건축사 회원 모두의 연대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회원의 구심점이자 명실상부한 유일 법정단체의 위상을 확립한 협회에 대한 기대도 숨기지 않았다. 협회는 국민의 건축사에 대한 인식전환, 건축 관련 사회현상에 대한 적극적인 메시지 전달을 통해 우리의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K-건축의 위상을 세계에 내놓고 싶다는 세종특별자치시건축사회 소속 이양재를 건축사를 본지가 만나봤다.
Q. 건축사사무소 개소 소감과 개소에 따른 에피소드가 궁금합니다. 소개를 부탁합니다.
건축사에게 무엇보다 소중한 순간이 되는 ‘건축사사무소 개소’의 꿈을 이룬 것은 시간이 좀 지난 과거의 일입니다. 나름의 철학 속에서 매 순간 치열하게 생활하다 보니 협회 가입이 미뤄졌던 것이고, 의무가입이 제도화되면서 입회할 수 있었습니다. 개소 시점에는 건축사사무소 작명을 두고 고민을 했었습니다. 건축주 등 고객과의 첫 만남이 되는 사무소명에서 신뢰와 전문가의 자긍심도 표현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고민 끝에 코끼리의 영민함과 듬직함, 그러면서도 묵묵히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을 투영해 ‘엘리펀츠 건축사사무소’라고 명명했습니다.
Q. 건축사로서 어떤 꿈과 비전이 있는지, 또 입회 후 건축사협회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 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최근 2024년 프리츠커 수상자로 일본의 야마모토 리켄이 선정됐습니다. 이로써 프리츠커 건축상을 수상한 일본인은 9명이 됐습니다. 안타깝게도 아직 우리나라는 수상자가 없습니다. 이제는 의무가입을 통해 건축사를 대표하는 명실상부한 유일단체가 된 만큼 국내 건축계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전시키는 데 있어 건축사협회가 그 역할을 해주길 기대합니다.
최근 글로벌 사회에서는 K-팝, K-드라마, K-푸드가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이들처럼 K-건축도 세계의 주목을 받길 희망하며, 특히 국내 건축사도 프리츠커상을 수상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길 희망합니다.
한편으로 국내에서는 전통적인 설계·감리 업역이 줄어들고 있다고 판단됩니다. 이런 때일수록 더 멀리, 더 넓게 내다볼 수 있는 혜안을 가지고 건축사 업역확대를 위해 정진해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미국건축사협회(AIA, American Institute of Architects)처럼 모든 건축사를 아우르고, 이들을 통해 다양한 방식의 업역 확대를 모색하는 선진화 방향도 필요합니다. 이를 통해 건축사사무소의 경영 환경 개선, 나아가 건축사의 권익보호를 위한 집단으로 거듭나야 할 것입니다.
Q. 실제 업계에 몸담으면서 느낀 애로사항이나 건축사 업무 시 불편사항 등 제도적 개선점을 제시한다면?
협회가 공공건축 설계공모, 이후의 실시설계 과정에도 본격적으로 관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건축사를 대표하는 유일단체이기 때문입니다. 공공건축에 대한 사회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도 있고, 계약 관련 건축사의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에도 적극 나서야 할 것입니다.
해외에서는 공공건축 설계공모의 진행과 건축되는 과정에서, 건축사협회가 공모운영·심사위원 선정·심사방식 마련·계약조건 제정 등을 주도적으로 진행합니다. 공공건축은 다수의 시민들이 쓰기 위한 유형적 자산이고, 협회가 유형적 자산을 완성하는 건축사들의 총본산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협회는 공공의 이익을 도모하면서 건축사의 가치를 널리 알리며, 건축사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신뢰와 공감대를 이끌어 내는 역할에 충실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어느 동료 건축사가 부당한 이유로 소송과 계약파기를 당하는 경우 회원인 건축사를 대신해 발주처에 법적 대응할 수 있는 강력한 이익단체로서 협회가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적으로 대가기준은 공공건축이 유일한 실정입니다. 협회가 보다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면 이를 토대로 민간건축에도 관련 기준을 적용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Q. 앞으로의 계획과 선·후배, 동료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말씀은 무엇이 있을까요?
협회 가입은 늦은 편이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건축사의 권익을 키우고, 업역확대에 기여하거나 목소리를 높여 왔습니다. 활동 과정에서 느끼는 바를 가감 없이 말씀드리자면 최근 업계의 변화가 심상치 않다는 점입니다. 우선 전통적인 건설업은 제조업으로 점차 대체되고 있습니다. 메이저 건설사가 132제곱미터 규모의 모듈러를 통해 주택 시장에 진출하고 있으며, 과정에서 VR을 통해 즉석에서 설계하고, 공장에서 제작돼 감리조차 무의미하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AI와 로봇공학의 발달 속도를 고려하면 이 같은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며, 전통적인 건축시장의 설계·감리는 축소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해외에서는 오히려 위기를 건축사 업역 확대의 기회로 삼고자 본격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우리가 가진 전문성을 바탕으로 업역 확대를 위해 건축사 회원과 협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의무가입을 통해 건축사 회원의 역량이 집중된 지금이 건축계를 선진화시키는 최적의 시기라 생각하며, 선후배님들과 함께 모두가 발전하는 K-건축계가 되길 기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