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인 건축사(사진=권영인 건축사)
권영인 건축사(사진=권영인 건축사)

긍정의 힘을 믿는 필자는 작은 건물이 마을과 도시에게 전하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쓸모 있고 재밌는 공간과 주변과 어우러지는 조형은 주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마을과 도시의 발전과 발전 방향을 만들어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인구가 줄어들고 헤어진 구도심에 활기를 불어넣고, 사람들 간의 상호작용을 촉진시키며, 다시 도시로 재생되고, 사람들의 생동감이 지속되는 동화 같은 이야기. 그런 책을 쓰고 싶어서, 내가 자란 소도시에서 개업을 했다.

건축주가 나를 찾아올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홍보 전략이라던가, 지인 찬스라던가. 하지만 개업한 지 1년도 안된 나에게 펼쳐진 것은 안개 낀 경제상황이다. 계약을 하겠다던 지인들도 설계 계획을 뒤로 미루었다. 내 작은 포트폴리오가 납작해진다. 
건축사가 할 수 있는 범위는 크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크지 않다. 경력도 경험도 크지 않은 신입건축사는 꿈과 희망으로 설계공모를 시작한다.

현실적으로 지어질 수 있는 구조와 예산, 협업 등을 고려해 예쁘게 포장하고, A3도서를 여러 부 만든다. 몇 날 며칠을 고민한 것들이 잘 표현이 되었을까. 공정함을 기대함과 달리, 여러 소문이 떠돌기도 한다. 계획설계에, 제본까지 했지만, 무급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입찰을 시작해 보았다. 이해하지 못한 수식에서 도출된 숫자들을 내가 할 수 있는 금액 내에서 제시해 본다. 이것은 로또와 비슷한 기분이다. 기입한 숫자가 근접할 때도 있고, 전혀 엉뚱하게 떨어져 있을 때도 있다. 정확하게 맞추면, 담당자와 바뀌는 제도, 법규들을 해석하며, 이것저것 씨름해 결과물이 나왔다.

지역 사회에 있어, 다른 선배 건축사님들과의 교류는 필연적이다. 아는 게 없는 나에게, 선물 같은 정보들을 나누어 주시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새로운 건축사에게 내려주는 지침이나 지역모임이 필요해 보이지만, 의무가입인 도건축사회만 가입하고, 아직 지역건축사회에는 가입하지 않아서,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지금의 도시는 내가 자란 곳이지만, 경력을 쌓은 곳은 여러 도시들에 걸쳐있어 지역건축사회의 어떤 조건들은 맞지 않거나 불합리해 보인다. 의무가입과 단일화되기엔 불협화음들이 존재하는 것 같다. 

감리, 타 업무는 여러 루트를 통해 배워나가고 있는 중이다. 직원일 때 다녔던 건축사님 선배들을 통해 사무소를 일궈내는 방법과 세무, 법령, 앞으로의 이야기들을 듣기도 한다. 길지 않은 경력과 좁은 인간관계로 매사 직접 부딪혀 익히고 있지만, 언젠가는 내 작은 바람이 이 도시에서 한편에 등불로 밝혀질 것이라고 믿는다. 

갓 입회하거나 자격을 획득한 건축사에게 협회에서 매뉴얼과 멘토링 프로그램으로 선배건축사와 이어준다면, 건축하는 길이 더 좋아지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봄꽃이 피어나듯, 좋은 일들이 앞으로 펼쳐지길. 나의 작은 건물이 커다란 책으로 엮어지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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