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6년, 근대 운동(Modern Movement)이란 단어가 오토 바그너의 저서 현대건축(Modern bewegung)에서 처음으로 등장했다. 1923년, 르코르뷔지에는 파리에서 라호쉬와 잔느레 저택(Maisons La Roche et Jeanneret)을 완성했고, 그의 저서 건축을 향하여(Ver une architecture)를 통해 집은 살기 위한 기계라 주장했다. 그즈음 모더니즘이 등장했고 어느덧 10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100년의 시간은 변화의 용광로가 되기 충분한 시간이기도 했고, 그렇지 않기도 했다. 다양한 도전과 비판들이 시도되었지만 앞으로 나아가지는 못한 것들도 있었다. 국제양식(International Style)의 합리성은 미스 반 데어 로에의 프리드리히슈트라세 오피스에서 SOM의 부르즈 할리파로 진화했다. 건축은 자본주의와 결합된 스펙터클 사회의 기념비가 되어 가거나, 혹은 자본의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현대사회, 현대건축에서의 모더니즘은 어디에 있는가? 기존의 사회·종교·기술·문화의 획일성에서 벗어나고자 시도된 모더니즘은 형태만 남은 채, 구조적 불합리함을 가지고 있는 파르테논신전처럼 흔적만 남아있다.
폐허처럼 무너진 시대의 정신들은 본질이 사라진 채 껍질만 남아 부유하는 유령처럼 이미지만 떠다니고, 월드와이드 웹 속에서 끊임없는 반복과 변주를 겪고 있다. 희미해진 본질 속에서도 인장처럼 남아있는 이미지는 강렬한 정신의 산물인지 아니면, 변하지 않은 삶의 양식들이 반영된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남아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100년 동안의 시간은 느리기는 하지만 본질에 다다를 수 있는 많은 경험을 축적하기 충분한 시간이었고, 재구축에 도달할 수 있는 많은 방법들이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건축은 외부에서 온다. 과거 철근콘크리트와 강철, 대공황과 전쟁, 경제성장과 새로운 시대정신의 토대에서 만들어졌다면, 디지털 기술과 정보화 사회, AI 기술, 세계화는 근대문명을 비판하고 자유와 평등한 보편적 세계를 구축하기 위한 새로운 도구가 될 것이다.
그것을 무엇이라 부를지 알 수는 없으나 과거의 외피를 빌려와 나는 모더니즘 2.0이라고 부르려 한다. 2.0시대의 건축은 무엇으로 만들어질 것인가. 스캐닝 기술의 발달로 3차원적으로 관리되는 지형정보에 디지털 기술로 무장된 BIM 형식의 설계도서, 공장 제작이 가능한 부재들과 현장에서 로봇들이 조립하는 건축물의 모습은 SF영화가 아니고 조만간 다가올 현실이다. 우리는 미래를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할 것인가?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을 지혜와 용기가 필요한 시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