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시대를 대비한 우리나라 건축계의 역할 매우 중요”

▲ 이성헌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집행위원장 ⓒ손석원 기자

얼마 전 박근혜대통령은 “통일은 대박”이라고 언급했다. 그만큼 통일에 대하여 거는 기대가 큼을 의미한다. 특히 많은 어려움 속에서 새로운 시장을 애타게 찾고 있는 건축계에서는 통일 이후의 건축 시장에 대한 기대가 매우 크다.
그러나 요즈음‘장성택 처형’을 포함한 북한의 상황을 보면, 한반도의 미래는 불확실하기만 하다. 그 이후 강경한 조치와 온건한 조치들이 종잡을 수 없게 교차하며 예측을 불가능하게 한다. 이에 본지에서는 건축보다 조금 시야를 넓혀 통일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고자 통일 전문가이며 2선 국회의원을 지낸 이성헌 민화협(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집행위원장을 만나 인터뷰했다. 

Q. 반갑습니다. 최근 어떻게 지내시는지 근황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요즈음 인생에 있어서 재충전 기회를 갖는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또 필요한 일인지를 절감하고 있습니다. 요즈음 많은 시간과 노력을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집행위원장으로 앞으로 통일에 대하여 큰 밑그림을 그리는 일과 또 이를 실현하기 위한 여러 가지 민간 협의회 차원에서의 기획에 들이고 있습니다. 앞으로 한반도는 급변하는 시기를 맞이할 확률이 높으며 이에 대한 민간 차원의 준비도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현역국회의원 시절보다 한시 한시가 더욱 소중하고 아깝다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Q. 위원장께서는 향후 북한과 남한의 정세를 어떻게 예상하는지요.
너무 포괄적 질문이어서 대답하기 어렵습니다만, 남북한 정세를 논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북한’이라는 변수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시다시피 북한은 소위 ‘정상국가’의 틀로서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많습니다. 한마디로 예측 불가능하다고나 할까요. 그렇지만 한반도 주변 정세와 최근 북한 내부의 움직임, 그리고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 등을 중심으로 향후 남북한 정세를 어느 정도는 짚어볼 수 있다고 봅니다.
북한은 박근혜 정부 출범 직전에 3차 핵실험을 강행하고, 정전협정 파기를 선언하는 등 명백하게 대한민국 새 정부를 시험해보려는 강경입장을 보였었고, 개성공단을 일방적으로 폐쇄했습니다. 이산가족 문제에서도 오락가락하는 태도를 보였고, 급기야 2인자 장성택 숙청과정에서는 21세기 문명국가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모습까지 연출했습니다. 북한의 이러한 불안정성과 불가측성이 남북관계에 대한 장단기적 전망을 어둡게 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저는 남북관계의 오늘과 미래는 우리 대한민국이 주도해야 하고, 대한민국의 의도대로 끌고가는 것이 핵심이라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박근혜 정부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원칙을 지켜가며, 개성공단 사태를 해결하고 이산가족 문제 등에서 북한을 리드하고 있는 대목은 매우 주목할 대목이라고 봅니다. 특히 최근 북한은 장성택 숙청 이후의 불안정성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신년사 등에서 대남 유화 제스처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 역시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일은 아니지만, 그만큼 북한에 대한 우리 대한민국의 이니셔티브가 관철될 여지가 확장됐다고 보는 것에 무리가 없다고 봅니다.
북한의 유화 제스처가 장성택 숙청 이후 국제사회에서 북한이 더욱 고립되고 있고 중국으로부터의 곡물 반입도 원만하지 못한 데서 기인한다고 본다면, 더욱 우리 대한민국 정부의 능동적 역할이 중요해진다고 봅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박근혜 정부의 대북 기조가 ‘원칙과 신뢰’라는 확고한 잣대를 갖고 있다는 점이고, 그만큼 남북관계는 역대 어느 정부 때보다 실질적 진전을 이뤄갈 것으로 기대해도 좋다는 점입니다. 한반도 위기관리 능력과 통일기반 조성에 이르기까지 남북관계는 긍정적 측면에서 많은 변화가 있으리라 전망됩니다.

Q. 민화협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민화협은 1998년 9월 3일 우리 사회의 각계각층을 대표하는 새누리당과 민주당 등 200여 개의 정당, 종교, 시민사회단체의 협의체로 출범한 민간통일운동기구입니다.
1945년 분단으로 인해 우리 사회에 많은 문제들이 발생했다는 점은 다들 알고 계실 테지요. 특히, 북한문제, 통일문제로 인한 우리 사회의 갈등은 너무 심각한 수준입니다. 이런 갈등은 우리 사회의 건강한 발전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민화협은 통일문제에 대해서 보수와 진보, 중도 등 이념과 진영의 입장을 잠시 내려놓고 폭넓은 협의를 통해 각각의 견해의 차이를 좁히기 위한 활동을 전개해 왔습니다.
또한, 북한과의 질서 있는 교류협력을 추진하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게 펼치고 있습니다. 남북 교류 사업을 추진하면서도 우리 국민감정과 정서를 최대한 고려하면서 추진하여, 남북관계의 건강한 발전과 민족화해 의식의 확산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민화협은 북한 영유아, 임산부 등 열악한 환경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북한 취약계층에 대한 인도적 지원사업과 황폐화된 북한의 산림 복구를 위한 사업, 그리고 민족동질성 회복을 위한 다양한 문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민화협은 한반도 통일을 지향하면서 남북관계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민간 차원의 노력을 포기하지 않고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Q. 민화협은 민간단체로 알고 있는데, 정부에서 추진하는 사업과 차별화된 사업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민화협은 민간기구입니다. 아시다시피 세계적으로 비정부기구 및 민간단체의 활동이 활발해진지 오래되었습니다. 21세기 최대의 화두가 정보화, 세계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정보화와 세계화의 추세에서 정부가 정책을 펼쳐가는 과정에서 시민사회와 소통하고 이견을 조정해야할 필요성이 더욱 높아졌습니다. 따라서 민과 관의 협력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민화협은 통일문제에 있어 민과 관의 협력을 중요시합니다. 이를 통해 통일문제에 대한 국민 합의 기반을 더욱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남북관계에서는 정부가 나서기 어려운 일이 있습니다. 그런 부분을 보완해 가면서 다양한 시민사회와 함께하는 일을 민화협이 중심이 되어 하고 있습니다.

Q. 만약 통일이 된다면, SOC사업과 관련해 건축시장이 어떻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십니까?
통일 이후 북한을 대상으로 한 건축시장은 쉽게 예상할 수 있듯, SOC사업 등에서 굉장한 수요가 있을 것으로 예측됩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사회주의 체제에서의 도시건설, 도시공간 개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평양의 경우‘상징공간, 녹지공간, 생산공간’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핵심으로 건설되었습니다. 나름‘계획도시’로서 평가해 줄 부분도 있다는 것이지요. 그런 점에서 통일에 대비한‘건축’차원의 심도 있는 연구와 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통일 이후 우리의 건축 인프라가 무질서하게 북한 전역에 진출할 경우, 동유럽 국가들과 중국 등에서 보여 지는‘무질서 개발’의 전철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시 말씀드려서, 저는 통일시대를 대비한 우리나라 건축계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폭발적으로 늘어날 SOC건설 수요를 어떻게 조절하며, 이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을지, 지금부터 고민해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에 비해서 개발이 덜 이루어져 보호되어 있는 자연환경을 유지하는 동시에, 북한 주민의 삶을 근본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는 현명하고 지속가능한 개발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최근 박대통령은 공식석상에서 통일에 대해 자주 언급하고 있으며, 특히 중국의 통일에 대한 전향적인 태도의 변화가 자주 감지됩니다. 일반인들은“이러다 통일이 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박근혜 대통령께서 최근‘통일은 대박’이라고 말씀하셔서 더욱 일반 국민들의 통일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었다고 봅니다. 사실 여론조사를 해보면 우리 젊은 층에서 통일에 대해 의외로 거부감이 크다는 점을 확인하게 됩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는 젊은 층이 충분히 이해되기도 합니다만, 근본적으로는 통일의 이해관계에 대한 인식의 부족이 문제라고 봅니다. 저는 젊은 층도 통일은 대박’이라는 인식을 주저 없이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통일에 대한 거부감의 근저에는 무엇보다 우리 대한민국이 과도한 ‘통일비용’을 부담하게 되고, 그에 따라 국민 개개인의 ‘세 부담’이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 등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충분한 연구를 통해 이미 확인된 것은, ‘통일의 가치’가 비단 정치적이고 민족적인 가치를 떠나 경제적으로도 ‘로또’나 다름없다는 점입니다. 대한민국이 세계 최강국 대열에 설 수 있는 규모의 ‘내수시장 확보’는 물론 통일이 가져오는 경제적 효과는 단기 비용에 비교할 수 없는 규모라 할 것입니다. 통일은 대한민국 국운 융성과 더불어 우리 민족의 세계사적 위치를 한층 비상케하는 그야말로 ‘대박’이라는 점을 의심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Q.과거 박근혜 대표 시절 초대 비서실장을 지내셨는데, 옆에서 본 박근혜 대통령을 한 마디로 표현하신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제 나름 박 대통령의 강점을 말해보라면 저는‘고도의 자기 절제’를 꼽고 싶습니다. 평생을 통해 단 한치도 흐트러짐이 없는 모습을 유지한다는 것은, 일반인들로서는 참으로 이르기 어려운 경지라 생각합니다. 특히 위기의 상황에서도 흐트러지지 않은 모습을 보이셨던 것이 강한 인상으로 남습니다. 박 대통령께서‘칼 테러’를 당하신적이 있었는데 제가 바로 그 옆에 있었습니다. 테러에 의한 얼굴 부상 정도가 너무 심하였었는데 그런 상황에서도 박 대통령께서는 한 손으로 상처를 감싸 쥐고 “어떻게 계속 할까요?”하고 제게 물었습니다. 저는 그 때 느낀 전율을 지금도 생생하게 간직하고 있습니다.‘고도의 자기 절제’, 저는 그것이 박 대통령을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는 특징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Q.위원장께서 평소 생각하는 건축’은 어떤 것일까요?
건축의 최고 전문가 분들이신 건축사 분들께 건축에 대하여 말씀 드린다는 것이 조심스럽습니다. 굳이 답변 드리자면 생존의 요건이었던 건축이 생활의 영역으로 진입한 이후부터는 ‘예술’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건축’이 그 시대의‘대표적 문화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건축은 고도의 창의력이 바탕이 된 예술의 중추적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우리 대한민국의‘건축 수준’이 세계적으로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기술력과 창의력, 예술적 측면에서 대한민국의 건축 수준이 세계 수준에 도달하기까지 수많은 우리 건축사의 눈물과 땀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많은 건축물들이 대한민국의 전통적 미학을 바탕으로 세계인들에게 감동으로 다가서게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Q. 끝으로 전국의 건축사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대한민국이 선진 강국으로 진입하는 지표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습니다만, 무엇보다 ‘건축’이 지닌 상징성이야말로 선진강국의 가시적 지표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국민 개개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도, 대한민국의 국가적 자긍심을 위해서도 건축사 여러분들의 도전과 노력은 모두에게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국가와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심초사하는 건축사 여러분들이야말로 정치인보다 몇 배 더 소중한 국가적 자원이라 할 것입니다. 그러한 긍지와 자부심으로 앞으로도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건축문화를 선도해주시고, 세계인이 경탄할 대한민국 건축의 새로운 경지를 창조해주시기 바랍니다.
건축사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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