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제자리를 잡는듯하다.
그간 자본과 실적의 진입장벽으로 건축설계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마저 박탈당했던 중소규모의 건축사사무소에게는 정말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건축사사무소가 이분화 되어 빈익빈 부익부의 극단적인 형태로 왜곡되어온 상황이 드디어 제자리를 찾아가는 방향으로 돌아섰다.
서울시는 그동안 최저가 입찰제로 진행해오던 공건건축물 발주 방식을 디자인 공모 방식으로 변경하는 공공건물 발주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하였다. 이는 매우 바람직한 방식으로 건물의 가치를 가격이 아닌 디자인의 가치로 변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자본에 의한 진입장벽으로 참신한 디자인의 제안조차 거부당했던 턴키방식의 전면 중단도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동안 대형 건설회사와 연계된 극소수의 건축사사무소만이 경쟁에 참여할 기회를 갖을 수 있었고, 디자인의 능력에 상관없이 턴키시장에 진입할 수 없었던 대다수의 건축사들은 왜곡된 사장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이번 서울시의 개선방안에서 더욱 돋보이는 것은 건축사사무소에서 참신하고 창조적인 디자인이 실현될 수 있도록 디자인 제안에 소요되는 고비용 구조를 개선하고자 시도하였다는 것이다. 고가의 비용이 발생하는 투시도나 완성 모델대신에 스티로폼을 사용한 매스 모형 정도만 제출해도 된다는 지침은 건축사사무소가 처한 현실에 대한 정확한 상황 파악에 기초한다. 독창적이고 개성있는 건축디자인의 제안을 활성화하기 위하여서는 어떠한 조건을 충족시켜주어야 하는지를 정확하게 간파하고 있는 행정당국의 혜안이 느껴진다.
이제 자본의 진입장벽을 경계로 하여 극단적으로 이분되어있던 시장은 순수한 디자인 실력으로 우열을 가리는 진검승부의 시장으로 개편되기 시작하였다. 사무소 규모와 자본력이 아닌 창조적 부가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는 건축사사무소간의 선의의 디자인 경쟁이 시작될 수 있는 토대가 뒤늦게나마 마련되어지는 듯하다. 또 이로 인하여 한국의 건축문화를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서울시는 많은 고민 끝에 기왕에 시작한 공공발주제도 개선 방안이 중도에 추진력을 잃지 않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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