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대단한 발견이라 할 수 없지만, 우리 삶의 일상 중에서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을 발견한 일이 있다. 그것은 우리 삶에서 중요한 단어는 하나의 글자로 되어 있다는 사실이었다. 한번 주위를 둘러보자. 밥, 옷, 집, 몸, 팔, 발, 눈, 귀, 코, 입 그리고 너 나 등 많은 글자가 있다. 참으로 우리 조상의 지혜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한글자의 지혜가 주는 생활 속에서의 편리함, 기억되기 쉽고 말하기 쉽고, 적기에도 쉽다. 오늘 필자는 이 한글자로 된 단어와 조상의 지혜가 어우러지는 것 중, 밥과 밥에 관련한 것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우리가 늘 먹는 밥, 이 땅에서 재배하고 거두어서 먹는 음식 중 으뜸인 밥은 아무리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조상의 지혜가 담긴 대표적 음식, 주식이다. 쌀을 발견하고 재배하는 것이 비단 우리나라만은 아니다. 그렇지만 우리 몸을 유지하기 위해 먹어야 하는 한 끼의 소중한 밥을 위해 얼마나 많은 농부의 손길과 땀을 필요로 하는지 우리는 안다. 어떤 이는 88번의 농부의 손길이 닿아야 비로소 우리 식탁에서 밥을 마주한다고 했다. 그래서 쌀 미 자를 분해 해보면 ‘八+十+八’ 이므로 ‘米’ 라고 한다. 그렇다고 농부의 손길이 꼭 88번 닿는지를 헤아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상상만 해도 그 수고를 능히 짐작할 수 있기에 우리는 쌀 한 톨의 절약정신을 할아버지나 부모님으로부터 밥상머리에서 교육받아왔다.
필자는 군 제대를 한지 어언 20여년의 세월이 흘렀어도 아직도 생각나는 구호가 있다. 군대 식사시간 전 구호 ‘쌀 한톨의 절약정신, 경제군대 이룩한다!’가 생각난다. 이렇듯 농부의 소중한 손길을 거친 쌀을 구매하고, 요리하여 주신 어머니의 따스한 손맛이 담긴 반찬과 함께 우리는 밥을 먹어왔다. 그리고 밥을 먹은 후 솥에 남은 누룽지를 이용해 물을 붓고 다시 한 번 팔팔 끓인 후 마주하는, 너무나 뜨거워도 아주 시원하다고 마시는 숭늉을 마셔왔다. 숭늉을 먹게 된 시초가 언제인지 기록으로 남겨져 있는 것을 찾고자 함은 어쩌면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는 것’ 처럼 생뚱맞을 수 있고, ‘숭늉 먹고 이 쑤시는 것’ 처럼 허세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선조로부터 전통으로 이어져 내려오는 숭늉을 밥과 함께 먹고 자랐고, 지금도 밥을 먹고 난 후 숭늉을 아주 시원하게 마시고 있다.
그 숭늉에 관해 어느 저명한 약사 선생님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그 분은 오늘 강의 다른 것은 몰라도 숭늉에 관한 것 한 가지만 챙겨가도 건강관리 성공하는 것이라고 했다. 숭늉은 슬로우 푸드의 정점이다. 그 숭늉을 마심으로 인해, 소화를 촉진 하는 소화제 역할을 하는 숭늉으로 인해 한 끼의 식사 후 위장에 평화를 준다. 그리고 그 숭늉을 천천히 불어 마심으로 인해 성격이 부드러워진다. 반면 찬물을 벌컥벌컥 마시는 사람은 그 성격이 급해지고 냉해진다고 한다. 숭늉을 자주 마시는 사람은 얼굴 피부가 곱다. 밥을 끓일 때 나오는 끈적이는 액상은 요즈음에 피부 관리에 열을 올리는 중년부인들의 애용품 ‘콜라겐’의 성분 같은 것이 숭늉에도 있으므로 인해, 피부에 지대한 영향을 주게 되니 얼굴이 고와진다고 한다. 그리고 커피는 위장에 절대적 악영향을 미치는 식품이지만, 커피 대용 음료수로 숭늉을 마시면 위장에 해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숭늉에는 곡기가 있으므로 숭늉을 마시는 것은 ‘숭늉에 속살 찌듯’ 몸을 유익하게 하는 것이다.
대청마루에 앉아서 알맞게 식은 숭늉을 마셔본 적이 있는가? 그 시원함을 어느 청량음료가 대신 할 것인가? 솔솔 부는 바람과 함께 천천히 호흡하며 마시는 숭늉은 내 몸의 갈급함을 해결하고 내 가슴에 시원한 감을 불어 넣어 심지어 머리까지 맑아진다. 숭늉은 상온에 오래 놔두면 쉰다. 그것은 방부제나 여느 음료수 같이 화학적 처리를 하지 않았고 먹을 만큼만 물을 조절해 만들어서 마시는 것이므로 남아 오래되어 쉬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리고 숭늉은 대접으로 마시는 것이 컵으로 마시는 것 보다 시원하다. 들이키는 맛이 컵으로 마시는 것보다 훨씬 미끄러지듯 우리 몸의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것이 다르기 때문이리라.
나는 오늘도 이 한 그릇의 밥을 소중하게 먹고 난 후, 숭늉을 시원하게 마시며 오늘 일을 반성하고 내일 일에 대해 명상한다. 그래서 숭늉을 마시는 일은 나의 일상에서 이렇듯 아름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