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으로 불리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위태롭다. 총 31조원 규모의 대규모 사업이 52억 원의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디폴트’ 위기에 몰렸다. 급기야 사업주체인 코레일은 투자한 민간기업들이 기득권을 포기한다면 연말까지 2천5백억 원을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정부는 민간사업이라는 이유로 관여하지 않고 있다.

당초 용산개발사업은 코레일이 빚을 갚기 위해 시작한 사업이었다. 4조5천억 원의 빚을 갚기 위해 개발을 추진하게 된 것이다. 엄밀히 따지면 국가발전이나 경제발전을 위해 시작된 사업이 아니었던 것이다. 사실 개발사업의 최대목적은 얼마만큼 돈을 남기느냐에 있지만, 빚을 갚기 위해 추진했단 점은 가뜩이나 리스크 위험이 다분한 개발사업에서 일종의 모험이었다고 할 수 있다.

시간을 거슬러 2년 전, 이 용산개발은 사업 초기 건축계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설계비만 3천2백억 원에 달하는 이 프로젝트에 단 한 곳의 국내 건축설계업체는 초대하지 않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설계업체에게 지명으로 설계권을 부여했던 것이다. 당시 언론들은 ‘외국 설계업체를 위한 국내잔치’라며 용산개발을 꼬집었다. 건축계도 대한건축사협회를 중심으로 정부에 탄원서를 제출했으며, 국가건축정책위원회도 힘을 실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사업주체측은 뒤늦게 “국내 건축사사무소에도 설계기회를 충분히 줄 것이다.”란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용산개발은 MB정부의 4대강 예산 22조원보다 9조원이나 더 필요한 어마어마한 규모의 사업이다. 이러한 대규모 사업은 단순한 경제논리로 접근할 수 있는 것에 한계가 있다. 그 한계는 개발 과정을 통해 보여준 얽히고설킨 투자사들의 이익다툼을 보면 알 수 있다. 만약 사업이 백지화되었을 시 거미줄 같은 소송전쟁은 불 보듯 뻔하다.

이미 진흙탕이 된 이 개발사업이 이번 사태를 모면해도 향후 또 어떤 문제를 일으킬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때는 아마도 진흙이 아닌 지옥이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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