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는 록밴드 LMQ에서 베이스를 연주하는 음악인이기도 하지만 건축설계자의 창작의도를 표현하는 시공자이다. 지금도 건설현장에서 몰두하여 일하면서도 필자가 소속된 록밴드 합주와 작사?작곡을 놓지 않고 있다. 건축은 나에게 어느 정도 안정된 생활을 준다면 음악은 무한한 자유를 주기 때문이다.
필자는 20여년간 밴드활동을 해오고 있다.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몇 해 전에는 헬로루키 경연대회에 나가 20대 청춘들과 겨루어도 보았고, 이듬해에는 음반이 완성되어 매장에서 팔리는 것은 물론, 컬러링으로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러한 결실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음악이 좋은 점은 말로 표현해내지 못하는 인간의 감정을 타인에게 전달할 수 있는 아주 유용한 도구라는 점이다.
예술과 관련된 본능으로 아리스토텔레스, 칸트, 허드슨 등이 주장한 모방본능, 유희본능, 자기표현본능 등이 있으나 내가 음악을 하는 동인(動因)으로는 자기표현본능이 좀 더 강하게 작용하는 것 같다. 사실 타인의 곡을 연주하며 즐거워하는 카피밴드의 경우는 모방본능과 유희본능이 많이 작용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물론 습작과정이 있어야 자기를 표현하기도 하겠지만, 나는 남이 하는 것을 따라하는 것에는 그닥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이는 건축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건축주에게 예술적인 조언도 하며 관계자 분들과 많은 의견을 나누면서 시공을 한다.
사랑의 쓰라림, 자식 탄생에 따른 기쁨,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 삶의 무거움 등 나의 감각기관을 통해 느껴지는 모든 것을 비유적 가사와 멜로디로 청중에게 실어 보내면 청중은 각자의 마음자리대로 첫사랑, 부모님, 자식, 삶의 무게를 그려낸다.
건축과 음악은 공통점이 많다. 창작과정에서는 일정한 규율을 지켜가면서 작품을 완성해 가되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만의 개성도 드러나야 하지만 보편타당성도 함께 가져야 하는 것이다.
건축에 있어 건축주, 설계자, 시공자의 합(合)이 잘 맞아야 건축물의 완성도가 높아지듯이 밴드음악도 맴버들 간의 합이 중요하다. 우리 밴드는 무수한 우여곡절을 같이 보낸 20년 지기 친구들이 같이 모여 창작하고 고쳐가며 연주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서로 숨소리만 들어도 눈빛만 보아도 감정의 전이가 절로 된다. 같이하는 연주자가 필(Feel)로 충만하면 나도 같이 필의 충만함을 느끼고 우리의 연주는 극한에 이르고 관객은 이 감정을 받아 무한의 카타르시스를 같이 느끼며 감정을 공유한다. 이런 맛에 음악을 놓을 수가 없다.
나는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다. 건축이라는 예술로 밥을 먹고 음악이라는 예술로 마음을 살찌운다. 오늘도 새롭게 태어날 건물을 마무리 하며 마음속으로 짐을 꾸린다. 가사를 짓고, 멜로디를 흥얼거리면서 삶을 살며, 주말이면 이를 작품으로 풀어낸다. 언젠가는 음악을 하는 친구들과 우리들만의 음악이 표현된 집을 지어 그 속에서 음악으로 삶을 나누며 살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