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 ‘공공발주사업 예산편성기준’ 건축사 업무 범위와 대가 기준 전혀달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편성과정에서 공공발주사업 관련 건축설계 대가의 적용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방자치단체의 예산편성과정에서 단계별로 과업범위에 따른 적정한 설계 대가를 적용하지 않아 건축설계 계약 시 국토해양부 고시에 따른 설계대가가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정부 부처 간의 원활한 소통과 효율적인 업무처리가 이루어지지 못한 것으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정부 조직 개편에 따라 각 부처마다 소관 업무영역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드러난 사실로 관련업계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공공발주사업 예산 편성의 현실
행정안전부의 ‘2013년 예산편성 운영기구 및 기금운영계획 수립 기준(2012. 7)’내 건축설계관련 단계별 업무와 대가를 다루고 있는 부분은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 운영기준 항목 내 세출예산 성질별 분류(해당 자료 116쪽), ▲예산편성 참고자료 내 예산운용 실무 중 예산 편성(282쪽)과 국가예산 편성기준 참고표(391쪽, 394쪽)다.
먼저 ‘세출예산 성질별 분류’에서는 자본지출 내 시설비 항목에서 ▲’기본조사설계비’를 사업계획을 기초로 하여 기술적, 경제적 타당성 조사 및 교통, 환경영향평가에 소요되는 경비와 주요설계 시행지침, 예비설계, 기본설계 및 개략공사비 산정에 소요되는 경비로, ▲’ 실시설계’를 기본계획 및 기본설계를 바탕으로 하여 공사현장에서 공사 집행이 가능한 설계 작성에 소요되는 경비와 기본조사설계를 시행하는 사업은 기본조사 설계가 완료되고 당해 사업의 타당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실시설계를 착수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또한 ‘예산운용 실무’에서는 ‘사업예산’을 주요 공정단위별로 분석, 타당성조사→기본설계→실시설계→ 보상→공사 순의 단계별 예산편성을 설명하고 있다.
한편 건축설계 대가 요율은 국토해양부 고시 제2011-750호 ‘공공발주사업에 대한 건축사의 업무범위와 대가기준’의 요율표를 적용하고 있으나 요율의 적용에 있어선 전혀 다르다.(하단표 참조)
사라진 계획설계·중간설계, 더불어 설계대가도…
‘기본조사설계’와 ‘실시설계’로 분류된 예산편성 기준이 소관 부처의 고시내용과 어긋나면서 유기적으로 운영되어야 할 행정체계에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용어상으로는 '기본조사설계'는 ‘기획업무’와 ‘계획설계’ 를, ‘실시설계’는 ‘중간설계’와 ‘실시설계’를 의미하는 것 같지만 해당 단계의 업무내용은 그렇지 않다. 단계 별 업무에 대한 대가요율도 마찬가지다. 설계업무와 분리된 기획업무에 대한 대가는 반영되지 않았고 요율로 봐서는 ‘중간설계’는 ‘기본조사설계’에 포함되어 있다. 특히 ‘실시설계’ 용어 설명에서 언급된 ‘기본설계 또는 계획의 검토’는 문구 해석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기본조사설계’ 항목에 계획설계와 중간설계에 관련된 설명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이 문구에 의해 해석의 오류를 낳고 있다. 즉 실시설계 단계에 계획설계와 중간설계에 준하는 업무를 요구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교육청 발주 사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결국 이에 대한 설계대가는 사라졌다.
정부부처마다 서로 다른 건축설계단계 분류, 소관부처의 전문성 무시?
이 같은 오류의 근본적인 원인제공자는 기획재정부다. 기획재정부는 2014년 4월 발표·배포한 ‘2013년도 예산안 편성지침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지침’ 중 총사업비 관리 지침의 세부지침에서 ▲총사업비 관리대상 사업은 타당성조사, 기본설계비, 실시설계비, 보상비, 공사비 등 사업추진 단계별로 예산에 반영하고 ▲총사업비는 기본계획수립, 기본설계, 실시설계 등 각각의 단계가 완료될 때마다 반드시 기획재정부장관과 변경여부를 협의토록 했다. 행정안전부는 이를 기준으로 ‘2013년 예산편성 운영기구 및 기금운영계획 수립 기준’을 마련하였으며 설계 단계를 기본설계와 실시설계로 분류한 것이다.
시설사업에는 건축 뿐만 아니라 토목, 플랜트 등의 다양한 분야가 있고 각 분야마다 설계 단계가 다르다. 다양한 기전 설비가 주가 되는 플랜트 분야의 경우 기본설계, 실시설계, 상세설계 등의 단계로 구분된다. 토목분야의 경우 기본설계와 실시설계로 진행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가장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단계의 분류를 기준으로 선택했다고 변명할지도 모르겠지만 분야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인 기준을 제시·적용한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의 안일한 업무처리는 소관 부처인 국토해양부를 무시한 부처행정 편의주의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다.
세계 경제의 불황과 국내 건축설계시장의 침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과거 ‘카르텔’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사라졌다가 공공발주사업에 국한되어 부활한 ‘건축사의 업무범위와 대가기준’의 행정기준에서의 배제와 이를 막지 못한 소관부처의 무기력함이 드러나자 건축계에서는 국토해양부의 역할수행능력에 대한 회의론이 등장하고 있으며 행정안전부의 ‘제 멋대로 행정’에 대해서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