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물 사이에 유사성 인정되면 저작권 침해

(자료=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자료=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지난 2월 서울시 한 자치구가 청년 창업센터 건립을 위한 설계공모 심사를 진행했다. 이 설계공모에는 56개의 작품이 경쟁을 벌였다.

심사가 종료되고 당선작이 발표됐다. 당선작은 지하층부터 지상2층까지 연결된 외부계단으로 개방성, 인지성, 유기적인 동선 연결로 이용자의 편의성을 고려했고, 지하에 썬큰을 두어 자연채광을 유도한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수일 후 발주처에서 돌연 수상을 취소한다는 공고가 나왔다. 사유는 당선작의 전체적인 건물 입면의 디자인요소와 진입 동선의 형태, 평면계획이 민원을 제기한 민원인의 작품과 매우 유사하다는 이유에서다.

심사위원회 결과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 사업 설계공모 심사에 참여한 위원 전원은 만장일치로 당선자의 수상을 취소하는 결정을 내렸다. 기존에 공개된 타인 또는 본인의 작품이거나 그와 유사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법률에 따라 건축은 저작권 보호를 받는다.  저작권법 제4조 제1항 제5호는 ‘건축물, 건축을 위한 모형 및 설계도서 등’을 건축저작물로 규정한다. 문학작품이나 음악처럼 하나의 창작물로 간주한다는 뜻이다.

2020년 4월 대법원은 강릉시 T 커피숍의 외형설계가 저작권법상 보호받는 저작물에 해당하고, 이를 저작권자의 동의 없이 모방한 건축사에 대해 벌금형을 확정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사건은 피해자가 설계한 커피 하우스 건물을 피고인이 모방해 설계·건축함으로써 피해자의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기소된 사건이다. 피고인은 저작권법 위반이라는 원심 판결에 불복, 대법원에 상고했다. 

상고심에서는 카페 건물이 저작권법으로 보호되는 건축저작물인지 여부와 저작권 침해의 인정 여부가 쟁점이 되었는데, 저작권 침해와 관련해서는 건축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돼 원심 판결을 유지했고, 카페 건축물도 실용적인 사상만이 아니라 창작자의 창조적 개성을 나타내고 있는 탓에 건축물의 창작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유한) 바른 송봉준 변호사는 당시 “건축물이 건축저작물로서 보호받기 위한 요건을 처음으로 제시한 판결”이라고 의미를 부여한 바 있다.

서울시에서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A 건축사는 “창작물이란 남의 것을 모방하지 않고 창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사상이나 감정의 표현을 담고 있으면 충분한다는 것이 저작권법의 핵심이 아닐까 한다”라며 “건축계의 발전을 위해서 저작자인 설계자의 권리보호는 필수이고, 이번 설계공모 사건을 계기로 건축사들의 창작성이 보호받고 또 유감없이 발휘될 전환점이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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