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건축을 대표하는 ‘주.공간 종합건축사사무소’의 부도가 대한민국 건축계를 충격으로 몰았다. 예측된 재앙이다. 향후 비슷한 사례가 이어질 수 있다는 어두운 예측이 나오고 있다. 표면적 이유는 부동산경기침체에 따른 설계 미수금 누적과 경영부실 등이다. 현재 200여명 이상의 직원을 거느린 국내 대형건축사사무소는 삼우·희림·정림·창조건축 등 10여 곳에 이른다. 문제는 다른 회사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이러다가 대한민국의 건축은 몰락의 길을 헤어나지 못한다.
문제는 건축사업무에 대한 대가이다. 현재의 건축설계 대가가 자그만치 20년 전의 가격 그대로이다. 아니 더 후퇴되었다. 조금 더 살펴보자! 설계비는 20년째 변하지 않는 가운데, 매년 300~400개의 건축사사무소가 새로 개업하고 있다. 1980년대에는 1,200명이었던 건축사도 2012년에는 17,000여명으로 14배 이상이 증가했다. 시장은 좁아지고 있는데, 경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건축사 1인당 한해 설계수주가 평균 3건에도 못 미치고 있다. 건축사사무소 1만여 곳 중 1년에 1건의 수주도 못 받는 경우가 70%를 넘어서고 있다. 발주제도 문제로 제살 깎아먹기 식의 저가 입찰경쟁, 불평등한 PQ제도, 대형 건설사 중심의 턴키설계 제도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활성화는 대한민국 건축산업을 위협하고 있다.
이는 구조적 문제다. 즉, 정부가 건축을 외면해도 너무 외면한 결과이다. 대한민국 건축의 그늘, 더 이상은 곤란하다. 건축산업이 국가경쟁력이라는 사실을 외면하려하거나 더 이상 건설의 하부구조 정도로 치부해서는 아니 될 일이다. 건축은 지식서비스산업이고 미래이다. 정부가 지금이라도 건축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한다. 건축은 지식산업으로 진흥되고 제도적 장치로 보호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