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 건축사(사진=김수영 건축사)
김수영 건축사(사진=김수영 건축사)

며칠 전 친한 건축사가 직원을 구하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번에도 신입 직원이 1년을 못 채우고 이직을 했다고 한다. 요즘은 직원 눈치 보기 바쁘다고 하소연도 했다.
그러다 ‘조용한 사직’이라는 뉴스 기사를 보게 됐다. 미국과 영국에서 ‘2022년 올해의 단어’ 유력 후보로 올랐던 단어라고 한다. 이 말은 실제 퇴사는 아니지만 직장에서 자신이 맡은 최소한의 일만 하겠다는 의미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 단어이다. 인터넷 기사를 보면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댓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할 줄 아는 게 많으면 회사에서 일만 많아진다. 월급은 그대로.” “월급은 0.5인분 주면서 일은 2인분 3인분을 요구한다.”

이 청년들은 부모처럼 살기 싫어 최고학력과 스펙을 쌓고 쉬지 않고 일을 하지만 부모 세대만큼도 살기 어렵다고 말한다. 얼핏 보면 열정이 사라진 청년의 모습 같아 씁쓸한 뒷맛이 남는다.

하지만 GDP 성장률이 10%에 달해 미래예측이 분명하고 낙관적이었던 기성세대에 비해 현재 3%대에 머물고 있는 성장률을 마주하게 된 세대는 어릴 때부터 주마다 평가를 받으며 끝없이 경쟁을 해왔기에 그들은 불공정, 불합리에 특히 민감하고 불확실한 미래에 도박을 걸지 않는다.

이러한 요즘의 흐름이 건축사사무소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닌 곳도 있겠지만 소규모 설계사무소 직원은 멀티 플레이어다. 도면은 기본이고 법규검토, 3D모델링, 서류작업, 세움터, 심지어 미팅과 대관업무를 맡고 있는 직원도 있다. 말 그대로 월급은 0.5인분 주면서 2인분 3인분을 시키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나또한 직원 때 그랬었고 우리 사무실 모두는 에이스야. 너도 에이스로 만들어줄게 라고 속이던(?) 시대는 지나갔다.

젊은 세대는 더 이상 어디 출신 건축사, 어느 어느 위원회 위원장 건축사, 공모전을 휩쓸었던 건축사라고 알아봐주지 않는다. 페이와 업무량, 인사에 공정하고 미래를 위해 있을 만 한 곳인지가 중요할 뿐이다.

때론 변화해야 할 게 많은 건축사사무소가 젊은 세대의 눈에서 이미 벗어나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물론 나 또한 MZ세대이고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지만 현재의 업무대가 시스템 속에서 그들의 니즈를 모두 충족해 주기 어렵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다. 다만, 너무 늦지 않게 변화가 시작되길 바라본다. 뒤처진 시스템으로 인해 우린 이미, 조용한 사직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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