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에서 공공재란 비경합성(Non-rivalry)과 배제불가능성(Non-excludability)을 갖춘 재화와 서비스를 말한다. 비경합성은 누군가 단독으로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속성이며, 배제불가능성은 이용에 대한 대가를 내지 않는 사람을 이용에서 배제하기가 기술적으로 불가능함을 말한다.

경제학은 공공재와 사유재를 구분하고는 있지만, 정작 설명하지 않는 것이 있다. 공공재와 사유재의 구분이 얼마나 명확할 수 있는지와 배제불가능성과 비경합성이 본질적으로 재화와 서비스 특성에서 비롯되는지 아니면 우리 사회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다. 공공재를 규정하는 배제성·경합성 여부가 칼같이 나눌 수 없는 모호함을 가진 이유다.

건축은 공공재(公共財)인가를 질문해 보면, 건축이 가진 공공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국가 정책측면에서 살펴볼 때 과연 그러한지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건축에 대한 대처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우리 사회가 요구하며 정부가 각종 규제를 통해 건축서비스 제공에 깊이 개입하면서도, 반대로 자유시장이 제공하는 건축서비스에 의존하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사진=pixabay)

그렇다면 법률적 측면에서 풀어보면 어떨까. 건축 분야에 기존에는 개별법만 존재했으나 국가의 기본적인 정책방향과 이념 등을 새롭게 규정하여 별도로 제정된 법이 ‘건축기본법’이다. 2007년 제정돼 이듬해 시행된 이 법은 건축물이 공공재로서 이해될 수 있도록 건축에 대한 사회적 인식 범위를 넓히는 데 기여한 법으로 평가받는다.

‘기본법’임을 명시한 것은 우리나라 건축정책 추진을 위한 기본 방향과 골격을 제시하고 이를 건축법 등 개별법으로 구체화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현행 성문법에서 국가 최고·기본법인 헌법이 있고, 이러한 헌법에서 여러 법령의 종류와 그 근거를 찾는 것과 마찬가지다.

건축기본법은 무엇보다 건축이 갖는 ‘공공적 가치’에 주목한다. 건축기본법에 따른 ‘건축’은 건축물과 공간환경을 기획, 설계, 시공 및 유지관리하는 것을 뜻하며, 이 법은 건축을 통해 △생활공간적 공공성 구현 △사회적 공공성 확보 △문화적 공공성 실현을 위한 건축정책 기본방향을 제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소유자 또는 관리자가 이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건축기본법 제7조∼제9조
건축기본법 제7조∼제9조(자료=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건축기본법은 제2조에서 기본이념을 이렇게 밝히고 있다.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와 국민의 공동의 노력으로 건축의 공공적 가치를 구현함을 기본이념으로 한다.” 법에 따르면, 건축의 ‘공공적 가치’란 △국민의 안전·건강과 복지에 직접 관련된 생활공간의 조성 △사회의 다양한 요구를 조정·수용하며 경제활동의 토대가 되는 공간환경의 조성 △지역의 고유한 생활양식과 역사를 반영하고 미래세대에 계승될 문화공간을 창조, 조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건축기본법 제2조((료=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건축기본법 제2조(자료=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법에 따라 국가는 품격과 품질이 우수한 건축물과 공간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건축정책을 수립·시행해야 하며, 우수한 건축디자인 선도, 건축 교육·홍보, 전문인력 양성에 있어서도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런 국가의 책무가 건축기본법과 시행령에 담겨 있다.

또 국가는 다른 법률을 제정 또는 개정할 때 이 법의 목적과 기본이념에 맞도록 해야 한다(제6조). 때문에 건축법, 경관법, 녹색건축물 조성 지원법, 건축서비스산업 진흥법, 한옥 등 건축자산 진흥에 관한 법률, 그리고 건축을 신중하게 다뤄야 할 건축사의 자격과 업무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 건축사법 등 국가 건축 관련 법체계를 이루는 모든 법률은 건축기본법의 기본이념인 ‘건축의 공공적 가치 구현’에 부합해야 한다.

해외사례를 보면, 엄격하기로 유명한 프랑스 건축법은 제1조 첫 문장을 “건축은 문화의 표현이다”로 시작하며 “건축창작, 시공의 질, 주변 환경과의 조화, 자연과 도시경관 및 건축자산의 존중은 공익이다”고 천명한다. 건축이 공공의 이익과 관계되므로 국가와 사회가 이를 보호하고 진작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함을 선언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건축공간연구소가 수행한 ‘공공건축의 정의와 유형 연구(2016년)’에 따르면 건축의 공공적 가치는 매우 주관적·가변적 기준으로서, 최근 그 가치 범위가 지속 확장되고 있는 상황이다.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가 민간인지, 정부인지 또는 사적재화인지 공공재인지를 섣불리 단정하기는 어렵다하더라도 최근 2021년 건물의 외벽에서 반사되는 태양반사광으로 인한 생활방해에 대한 판결 등 대법원은 판결요지를 통해 ‘건축의 공공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근본적으로 대법원은 ‘건축의 공공성’ 측면에서 건축의 본질을 이해하고 판결을 내리고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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