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국제업무지구 설계 발주 문제로 건축계가 혼란스럽다.

그 간 '관행(慣行)'이라는 미명 하에 암묵적으로 수면 아래에서 성행하던 '편법(便法)'의 실체가 수면 위로 끌어올려진 것이다.

지난 9월 6일 용산국제업무지구 설계관련 착수식에 국내 건축사사무소가 완전히 배제된 채 19군데 해외 설계업체 만이 초대받은 이후 건축계는 '기술사대주의'라는 비난을 퍼부었고 사업주체인 시행사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사업성 향상을 위한 맹목적인 공략으로 판단하는 듯하다. 시행사 입장에선 용산 개발의 모토는 한 마디로 '리스크는 모두 차단한다'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모기업의 신용에 근거한 금융조달이 아니라 프로젝트 자체의 사업성을 담보로 하는 PF는 사업성이 곧 생명, 따라서 수익에 위배되는 것은 수용의 대상이 아니라 모두 리스크로 간주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제한하고 질서를 확립할 수 있는 절차와 규정, 시스템 등이 있는 것이요, 이를 통해 설계를 비롯한 개발사업과 관계되는 모든 이들에 대한 기회의 평등이 부여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용산의 상황을 보면 그렇지 않다.

사업성 향상을 위한 맹목적 공략만을 펼치고 홍보 차원에서 꼼수가지 동원하는 시행사, 질서가 파괴된 사실을 인지 후 3개월 만에 탄원서 한 장 달랑 내놓은 건축단체들, 편법과 관행 앞에 무기력한 대응으로 일관하면서 멀찍이에서 뒷짐 지고 관망하는 국가기관, 뒤치다꺼리 마다하지 않고 자존심 접은 지명도 높은 국내 대형 건축사사무소들, '내 일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기반으로 적극적인 대처 없이 뒷말만 일삼는 대한민국 평균 건축사들, 이 모든 구성원들의 이기심(利己心)과 '남 탓'의 문화가 오늘 날 대한민국 건축설계시장의 왜곡을 가져온 것 아닌가? 누가 누굴 원망하고 탓하랴? 모두가 변해야 살 수 있다. 향후 한미 FTA 상황을 고려해서라도 반드시 변해야 한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시장이 용산국제업무지구 기획설계 보고회가 한창인 부암동 AW컨벤션센터에 참가해 설계용역에 참가하고 있는 5+Design, 겐슬러 등 LA 기반 디자인기업을 격려했다고 한다. 또한 LA기업의 추가적인 참여 및 투자기회에 대한 당부도 했다고 한다. 현재의 국내 상황과 비교하면 천당과 지옥 차이다. 용산국제업무지구를 환골탈태(換骨奪胎)의 모티브로 삼아 평등성을 기반으로 한 시스템과 질서의 구축과 편법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통념의 확립을 통해 제대로 된 '관행'이 뿌리내리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