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 진이정

  시인이여,
  토씨 하나
  찾아 천지를 돈다

  시인이 먹는 밥, 비웃지 마라

  병이 나으면
  시인도 사라지리라


 

- 진이정 시집 
  ‘거꾸로 선 꿈을 위하여’ 중에서/ 문학동네/ 2022

그러나 끝내 그의 병에는 차도가 없었고, 그는 시인으로 죽었다. 벌써 29년 전의 일이다. 35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뜨며 그가 남긴 시들은 아직도 절절한 울림을 간직한다. “토씨 하나/ 찾아 천지를” 떠도는 시인의 삶은 그리하여 그의 죽음과 함께 끝났고, 동시에 영원히 그 행위만 남았다. 삶이 끝나도 어떤 행위는 계속된다. 그 삶이 죽음과 함께 미완성으로 남을 때. 그 행위는 점점 더 강렬해 진다. 진이정과 함께 마셨던 그 많은 술자리들 중 어느 한 자리에 건축인 이일훈도 같이 있었다. 이제 이일훈도 갔다. 그러나 그의 행위, 죽음이 만든 그의 미완성의 삶도 점점 강렬해 질 것이다. 진이정 시인의 시집은 이번에 <문학동네>에서 복간되었다. 시인이여, 아파라. “병이 나으면/ 시인도 사라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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