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로 뒤덮힌 삼릉(三陵)숲
배동 삼릉(拜洞 三陵)은 경주 남산 서쪽에 자리한 소나무 숲 안에 삼릉이 자리해 있으며, 능 주변으로 구불구불한 소나무(무덤 주위에 소나무를 심고 관리하였는데 ‘도래솔’이라고 한다)가 군무 하듯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곳이다. 1971년 4월 28일 대한민국의 사적 제219호 배리 삼릉으로 지정되었으나, 2011년 현재의 명칭인 배동 삼릉으로 변경되었다.

신라 박씨 왕인 아달라왕, 신덕왕, 경명왕 등 세 왕의 무덤이 한곳에 있어 삼릉이라고 부른다. 무덤은 모두 원형으로 흙을 쌓아 올린 형태를 하고 있다. 그리고 조금 떨어진 곳엔 경애왕릉이 있다. 아달라왕(154~184)은 31년 동안 왕위에 있었으나 특별한 기록이 없다. 신덕왕(912~917)은 아달라왕의 먼 후손으로서 신라 헌강왕의 사위로 있다가 전왕인 효공왕이 죽자 아들이 없으므로 왕으로 추대되었는데 재위 6년 동안 별 치적이 없었다. 경명왕(917~924)은 신덕왕의 태자로 있다가 왕위에 올랐으나 앞 두 왕처럼 뚜렷한 치적을 남기지 못했다.

아달라이사금과 다른 두 왕의 연대가 무려 700년의 차이가 있어 의문이 드는데 공통점이 한 가지 있다. 모두 박씨 왕이라는 점이다. 신라는 박씨, 석씨, 김씨가 번갈아 가며 왕위를 이어 받았다. 신라 사람들이 신성시하던 남산 기슭에 왕릉이 많이 있는데 삼릉이 있는 남산 서쪽에는 박씨 왕의 능이 많고, 통일전이 있는 남산 동쪽에는 김씨 왕의 능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삼릉 중 중앙에 있는 신덕왕릉은 1953년에 조사되어 무덤 안으로 들어가는 통로인 연도를 갖춘 석실분임이 밝혀지기도 했다.
 

소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안개와 빛무리
삼릉숲은 경주 남산을 오르는 여러 출발지 중 하나이다. 경주 IC를 지나 십여 분 거리에 삼릉숲이 있다. 유료주차장에서 도로를 건너 오 분 정도의 거리를 걸으면 삼릉을 보러 가기 전, 울창한 솔숲을 먼저 만난다. 하늘을 향해 모두 다르게 휘어진 소나무들의 자태는 어지럽게 군락을 이루고 있다. 기묘한 질서가 아름답다. 아침 일찍 도착한다면 솔숲 사이로 햇살이 내려오는 장엄함을 느낄 수 있고, 낮과 밤의 기온 차이가 큰 날엔 짙은 안개와 함께 구불구불한 소나무 사이로 아침 해의 빛무리가 안개를 관통한다. 마치 몽환적인 수묵화를 보는 듯 하다. 많은 영화와 사극들이 이곳에서 촬영되었다. 숲의 소나무는 구불구불한 모양이 특징으로 경주 안강 지역에서 처음 발견되어 ‘안강형 소나무’라고 불리는 소나무들이 빽빽하게 숲을 이루고 있다.

경주는 다양한 역사를 간직한 역사 도시로 사진작가들에게 촬영지로 유명하다. 특히 삼릉숲은 안강에 자리한 흥덕왕릉과 함께 아침의 빛 내림, 설경, 안개 자욱한 솔숲 등 다양한 작품이 쏟아져 나오는 곳이다. 특히 2005년 소더비 경매에서 삼릉 솔숲을 배경으로 한 작품을 팝가수 ‘엘튼 존’이 매입한 이후로 삼릉 솔숲의 정취를 사진에 담고자 하는 작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구불구불한 소나무들 사이로 내리는 햇빛은 가히 환상적이며 봄날 소나무 사이로 피는 진달래도 진풍경 중 하나이다.

호젓하게 솔숲을 거닐다 보면 이내 삼릉과 마주하게 된다. 삼릉을 위하여 병풍을 치듯 하늘을 가리는 울창한 소나무숲이 삼릉에 다가가면서 밝게 열린다.
8대 아달라왕의 재위 기간은 154년~184년이니 거의 1,900년 전의 역사이다. 삼릉을 둘러싼 소나무숲은 그렇게 서로에게 오랜 세월을 기대어 왔다.

[출처 : 경주문화관광]
삼릉 서남산 주차장 주소 : 경상북도 경주시 포석로 647

저작권자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