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무 건축사
박정무 건축사

실무경력 10년 동안 여러 건축사사무소 건축사분들을 만났다. 회사 대표 건축사와 프로젝트 진행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만난 건축사들은 서로 경쟁의 대상으로 느껴져 건축사사무소라는 같은 동종업계의 경쟁의 벽이 매우 높다고 생각했다. 살면서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건축사사무소의 설계계약 수주는 전쟁과 다름없으며,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기업의 생리이기도 하다. 2019년 건축사사무소를 개소했다. 부푼 꿈을 안고 개업했지만 수주를 할 수 있는 인맥이 없는 까닭에, 생존을 위해 그저 주어지는 일이라면 닥치는 대로 하지 않았나 싶다. 도면 알바, 용도변경, 교육청 입찰 등 일단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했다.

선배들은 일단 1~2년 정도 그냥 버티는 게 중요하다 조언해 주었지만 돌이켜보면 나로서는 급한 마음만 앞설 뿐 어떤 위로도 되지 못했음을 떠올리게 된다.

건축사사무소 간의 민간설계 경쟁에서 이기는 건 고사하고 끼어들지도 못하는 폐쇄적인 설계시장 구조에 갈피를 잡지 못했고, ‘당장에 할 수 있는 건 설계공모 뿐이다‘라는 생각에 경험이 많지 않은 공모전에 밤을 새워가며 제출하였지만 몇 번의 낙방을 하고 현실의 벽에 또 부딪히고 말았다.

민간설계 경쟁에는 끼어들 판을 찾지도 못하고 공공설계 경쟁에는 경험 미숙과 이해하기 힘든 심사방식(개인적인 생각이다)으로 낙방의 경험만이 연속이었다, 여전히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우연한 기회로 동호회, 협회 위원활동을 하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이러한 활동 자체가 어색하고 의아하기만 했다. 왜 경쟁자인 건축사들끼리 만나서 운동을 하며, 협회에는 왜 많은 위원들이 있을까? 아는 선배 건축사는 건축사들 간의 친목, 정보교류, 협력관계라 하였지만 이해할 수 없었다. 경험하기 전까지는.

동호회에 가입하여 매주 운동을 하면서 알게 된 건축사 형님, 동생들만 거의 100여 명에 가깝다. 평소 운동을 즐기진 않지만 직업 특성상 오랜 시간 의자에 앉아 작업하는 터라 동호회 운동은 일주일의 스트레스를 풀 수 있었고, 건축사 형님, 동생들과 땀을 섞으면서 친목을 넘어 형제 우애를 느낄 수 있었다.
 

협회 위원활동도 마찬가지다. 협회 회장님 이하 각각의 위원회에서는 지역 건축사의 권리, 친목을 도모할 수 있도록 건축 민원, 회원 간 정보교류, 세미나, 체육대회 등등 많은 활동을 협력하여 이루어내고 있었다.

동호회, 위원활동 그 과정 속에서 만나는 선배 건축사들의 조언과 정보는 초보 건축사인 나에게 어디에서도 듣지 못할 경험담이었고 노하우들이 넘쳐났다. 한두 명의 이야기가 아니라 여러 명의 경험담들을 들을 수 있었다. 지나쳐가는 대화들에는 인생사에서부터 회사 운영의 세무관리, 생각하지 못했던 건축사 업무 등등의 이야기들이었다. 지금도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으며 항상 감사함을 느낀다. 그 이야기들은 현재진행형이다.

우연한 기회였던 동호회, 위원 활동을 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동료분들을 만나지 못했다면 지금의 나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직도 혼자만의 생각으로 판단하고 결론지어 존재하지 않는 경쟁자와 경쟁하고 있지 않았을까?

대한건축사협회 의무가입 건축사법이 통과되면서 많은 건축사가 협회 가입을 할 것이며 그들을 만나서 건축사 실무 경험담과 인생이야기를 나누면 어떨까 기대해 본다. 그런 이야기들이 나의 건축인생의 밤길을 비추는 등불이 되어 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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