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장직 인수위원회 시청사 건립TF
“기존 본관동 철거, 설계 재공모” 연구결과 발표
선출직 단체장 바뀔 때마다 사업 번복 사례
“공공건축 먼 미래 보고 머리 맞대야 하는 문제”

청주시는 올해부터 2025년 하반기까지 2750억 원을 들여 현 청사 일대를 포함한 2만8000㎡ 부지에 연면적 5만5500㎡ 지하2층, 지상 5층 규모의 신청사를 건립할 계획이었다. 2020년 7월 충북 청주시 새 청사 국제 설계공모에는 노르웨이의 스뇌헤타 건축사사무소 소속 로버트 그린우드의 작품이 당선됐다. “디자인적으로는 청주시의 자율적 행정통합을 이뤄낸 정체성을 담아내는 동시에, 공간적으로는 충분한 공공공간으로 시청을 시민에게 돌려준다”는 평을 받았다.

2018년 청주시청사건립특별위원회는 신청사 건립 시 본청 건물을 그대로 두고 새청사를 건립하기로 한 바 있다. 이러한 본관 존치 결정은 문화재청이 2015년 청주시에 근대문화재 등록을 권고한 점이 고려됐다. 청주시 본청은 고 강명구 건축사가 1965년 청주의 옛 이름 ‘주성’(배 모양 도시)에 착안해 선박 형태로 설계·건축했다. 개방성 등이 강조된 탈권위적 구조, 나선형 천장 등 미적 수준이 높다는 평을 받는다.

그러나 작년 청주시 행정사무감사에서 “본관 건물의 가치가 높지 않다”며 철거가 거론되더니, 6·1지방선거에서 단체장이 바뀌자 청주시장직 인수위원회 시청사건립TF팀은 9월 27일 기존 본관동 철거, 설계 재공모를 골자로 한 기존 사업을 완전히 뒤집는 신청사 건립 재검토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설계안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시점에 사업이 중단 위기에 놓인 셈이다.

이처럼 6·1지방선거에서 단체장들이 바뀌면서 기존 단체장이 추진하던 건립사업이 무산 또는 중단되는 사례는 청주뿐만이 아니다. 경기도 고양시가 그렇다. 내년 5월경 착공을 눈앞에 둔 경기도 고양시 새 청사 건립사업 역시 올 7월 출범한 민선 8기 시장이 재검토하겠다며 ‘신청사 건립 절차 중단’ 결정을 내렸다. 재정 절감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사업이 일시 정지된 상황인데 착공을 눈앞에 눈 상황에서 부지이전 가능성까지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건축의 공공적 가치를 구현하는 건물을 짓도록 노력해야 할 공공기관에서 ‘공공건축물’을 해당 단체장의 치적사업으로 전락시키거나 활용해서는 안 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공공건축의 범위는 관 주도로 만들어지는 관공서도 있지만, 모두가 같이 보전하고 가꿔야 하는 역사적인 장소까지 아우른다. 기존 본관동을 철거해 신축하는 청주시 새 청사 논란과 관련해선 건축적 전통의 가치를 보존하는 차원에서 또 하나의 근현대건축 중요한 기록이 사라지는 문제이기에 신중해야 한다는 게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청주시의 경우 예산 낭비를 줄인다는 명분이지만, 건축계 관계자들은 “예산을 절감해 경제적으로 지어진 건물이 공공건축의 목표가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서울시공공건축가인 A 건축사는 “공공건축물은 그 혜택이 시민 구성원 모두에게 주어지고 공유하게 되는 공공재인만큼, 먼 미래를 보고 머리를 맞대야 하는 문제로 단기적 성과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공공건축은 민간이나 개인에게 강제하기 어려운 다양한 시도와 공적인 가치 추구가 가능하기 때문에 경제적 관점 또는 효율성에 기반한 1차원적인 틀이 아니라 시민들이 보고 즐기고 활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활용되고 문화적 가치, 사회적 파급력 등을 면밀히 검토,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시민단체들도 민·관 협치와 사회적 합의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나서는 모양새다. 청주시 새 청사 건립특별위원회에는 녹색청주협의회, 충북참여자시민연대, 충북청주경실련 등 시민단체들도 대거 참여했다. 이번 청주시 새 청사 기존 본관동 철거, 설계 재공모 방침에 대해 이들은 “민과 관이 본관을 존치하기로 합의했던 만큼 본관을 철거하려면 일방적인 추진보다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청주시청사 본관 철거를 위한 명분 쌓기에 불과하며, 신청사 설계 재공모는 국제 설계공모와 행정의 연속성을 부정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러한 공공건축사업 중단 여파는 설계를 맡는 건축사들에게도 영향을 크게 미치기 때문에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최근 SH 사회주택사업 설계를 진행한 B 건축사는 “단체장이 바뀌며 사업이 무산된 경우가 적지 않다. 설계가 상당히 진행됐음에도 안타깝게도 보상받을 방법이 현재로선 없는 상황이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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