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나는 10년 단위로 미래를 상상해 보았다. 나의 20살은? 30살은? 그리고 40살은 어떠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이런 상상 말이다.
지금의 나는 대한민국 건축사로 살고 있다. 선배 건축사들에 비하면 아직은 가야할 길이 멀지만 지금 한걸음씩 내딛고 있으며, 좀 더 의미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운이 좋게도 건축사사무소 개소 이래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 보았고, 건축사로서 중심을 잡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조금씩 경험하고 깨달은 바를 간략하게나마 이야기 하고 싶다.
민간건축과는 달리 공공건축은 건축주가 많다. 여기에서 건축주는 이용하는 이용자가 아니라 발주처의 담당자들이며 여기에 실제 이용자 조사가 포함되는 경우도 종종 존재한다.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요구를 어떻게 건축적으로 반영하여 좋은 공간 및 건축물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 좋은가를 고민하는 것이 건축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건축물일수록 의견을 조율하고 설득해 나가는 것이여야 하지만 여기에 모순이 존재한다. 그룹 안에는 위계가 존재하며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 이야기를 하는 순간 모든 것은 당연하게 결정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다시 설득의 시간을 가져야한다.
하지만 요즘들어 발주처의 이러한 행동이 왜 시작됐는지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현재 1억 원 미만 공공건축의 경우 입찰이라는 방식을 통해 설계에 나설 건축사가 정해진다. 이때 낙찰을 받은 몇 몇의 건축사들은 외주라는 방식으로 계획 및 도면작성에 전혀 관여 하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결국 디자인 및 재료를 결정 해주어야 하는 것은 건축 발주처 담당자가 되며, 이것이 습관화 관습화 되었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 짐작된다. 이러한 공공건축의 결과물은 보기 참담할 정도로 수준이 낮다.
설계비 1억 원 미만 공공건축물은 시민들이 가장 밀접한 공간에 지어진다. 조금 더 좋은 공공건축을 위해 공공건축가 제도가 진행되고 있고, 공공디자인 심의를 거치고 있다. 그러나 처음부터 고민을 많이 하지 않은 건축물은 공공건축가제도와 심의를 거쳐도 공간 혹은 주변과의 조화가 크게 향상되지 않는다. 심의는 자문의 의미이지 처음부터 다시 계획한다는 의미는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첫 설계단계부터 고민을 가지고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건축사는 단순히 도면을 그리는 사람이 아니다. 공간안에서 이용자들의 행동을 상상해보고 더 좋은 공간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며 이를 실제로 존재하게 하는 작업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이러한 생각이 지천명의 나이에도 흔들리지 않기를 다짐하며 멋지게 건축사의 역할을 해 오신 선배 건축사님들에게 존경을 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