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대통령 중심제를 택한 강력한 중앙집권 국가다. 현 체제 하에서 대통령 소속 위원회는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다. 조직 칸막이를 넘나들며 전략적 정책을 추진하는 데에도 역할을 한다.
대통령 소속의 다양한 위원회가 있지만 특히 건축을 다루는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존재는 상징적이다. 그동안 건축이 독립된 영역으로 인식되기 보다는 건설에 부속된 개념으로 치부돼 왔기 때문이다.
인문학적 가치를 드러낸 건설, 그것이 건축이다. 국민소득 3만 불을 넘어 OECD 리딩국가가 된 2022년의 대한민국은 이제 품격과 선도적 문화 강국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건축은 지금 시기 대한민국의 품격·문화수준을 드러내는 중요한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때 천만다행으로 건축에 대한 국가적 인식과 미래 전략차원에서 건축을 바라보는 정책적 첫 걸음으로 2008년 ‘건축기본법’이 제정, 이를 근거로 대통령 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가 설립됐다. 건축기본법의 목적·기본이념을 보면, “건축문화를 진흥함으로써 국민 삶과 복리 향상에 이바지 한다”고 되어 있다. 또한 건축의 공공적 가치를 구현하기 위한 국민의 안전, 건강과 복지에 관련된 생활공간의 조성, 사회의 다양한 요구를 조정 수용하며 지역 특성을 반영해서 미래 문화 유산을 창조하고, 조성하는 것을 추구하고 있다.
건축은 존재 자체가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는 공공성을 본래 내포한다. 단순한 물리적 총합의 결과물이 아닌 심미적이고 정신적 가치의 가시적 성과물이며, 그런 만큼 인류 역사에서 건축은 중요한 대상으로 오늘날 국민 삶에 미치는 영향력이 지대하다.
이 때문에 수많은 선진국이 건축을 국가적 차원에서 다루고 역량을 집중한다. 중국의 경우 국가 기반산업으로 삼아 건축사사무소를 공적 조직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국가 교육기관인 수많은 대학들이 직접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는 이유가 국가를 발전시키는 싱크탱크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미국은 국가조직은 아니지만 사회적 통념이나 정책적 대상에서 건축이 핵심이다. 건축사의 선, 도면 하나에 엄청난 산업들이 해외로 진출할 수 있어서다.
이러한 흐름에서 볼 때 새 정부 출범 후 추진되는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존치여부 및 정비 논의는 미래 국가경쟁력 유지를 위해 건축이 가지는 중요성을 도외시한 것으로 적절하지 않다.
건축이 만들어 낸 공간을 통해 국민 삶이 더욱 풍요롭게 아름다워질 수 있도록 대한민국에서 건축을 국가 어젠다로 선정해 다룰 수 있는 대통령 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는 반드시 존치돼야 한다.
- 기자명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 입력 2022.08.18 14:28
- 수정 2022.08.18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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