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 곽효환

 

그날, 텔레비전 앞에서 늦은 저녁을 먹다가

울컥 울음이 터졌다

멈출 수 없어 그냥 두었다

오랫동안 오늘 이전과 이후가 있을 것 같아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 밤, 다시 견디는 힘을 배우기로 했다


- 곽효환 시집 ‘슬픔의 뼈대’ 중에서/ 문학과지성사/ 2014

그런 때가 있다. 이제 다시는 돌아가지 못하리라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집을 떠나 올 때, 어떤 사람은 그게 마지막이었고, 그런 줄 몰랐다고 하지만, 그들 중 영원히 집으로 돌아 갈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이유는 많다. 전쟁 때문 일 수도 있고, 사랑하는 이의 경고를 눈치 채지 못한 때문일 수도 있다. 어떤 때든 우리는 그 순간 직감적으로 안다. 이게 마지막이라는 것을, 이제 다시는 과거로 돌아가지 못하리라는 것을 말이다. 그렇게 우리는 모두 ‘슬픔의 뼈대’를 밟은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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