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대한민국건축사대회는 의무가입 시행이라는 매우 중요한 분기점에서 열리는 행사다. 전국의 모든 건축사들이 참여해 각종 의제·이슈가 다루어지고, 무엇보다 상호 간의 교류와 구심점이 필요한 시점에 개최된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번 대회는 개최지가 서울이 아닌 제주라는 ‘탈 서울’ 행사란 점, 22년 만에 복원된 의무가입 제도 시행 후 열린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그리고 사회·경제적으로 건축에 대한 인식 변화와 경제·산업적 변화 기로에 있는 시점에서 건축사 대화합을 동력으로 삼아 지속가능한 성장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장이 마련돼 기대를 모은다.
이런 이유로 대회 캐치프레이즈 ‘하나 된 건축사, 변화에 [ ] 더하다’에는 모든 키워드가 적용될 수 있도록 비워둬 다양한 내용들이 담길 수 있게 했다. 8월 4일 시행되는 의무가입은 지난 20여 년간 분열되고 약해진 대한민국 건축사 위상을 단결된 조직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물리적 환경을 만들었다는 의미가 있다. 그동안 각종 이슈나 제도변화를 대응함에 있어 협상력이 약했던 점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한다.
그런 사이 건축사들의 생존 근거인 설계비는 계속 낮아졌고, 일종의 부캐가 되는 유지 관리나 각종 부수 업무를 통해 생존비용을 충당해 왔다. 감리 또한 마찬가지다. 설계대가의 조정이 불가능하니 실질 인건비가 지출되고 인정되는 감리비용을 현실화하면서 대응해 갔다. 실제 의무가입으로 진행되었던 90년대 건축사사무소의 설계대가 비율은 지금보다 훨씬 높았고, 많은 건축사사무소들은 그나마 설계에 집중해서 성장할 수 있었다. 이제 의무가입 복원으로 이런 사회적 처우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건축설계 산업을 본격 부흥시키고 성장시킬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셈이다. 국민소득 3만 불이 넘어선 시점으로 건축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뀔 수 있는 경제적 환경이 구축된 점도 유리한 측면이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 발전해야 할 것이 바로 대한건축사협회 내부의 다양성을 담아낼 수 있는 토론과 공론의 문화다. 바로 ‘~ 변화에 [ ] 더하다’와 같이 빈칸을 비운 이유다. 의무가입이라는 전제에 막혀 진행되지 못한 건축사 내부의 다양한 의견과 토론, 공론의 시간이 이젠 가능해졌다. 2022년 건축사대회를 시작으로 모든 논쟁과 이슈들을 협회 내로 끌고 들어와야 한다. 이제는 건축사는 건축사다! 거부해야 할 그들이 아닌 우리 모두 건축사다.
대한민국 법률에는 건축에 대한 권한과 책임은 건축사가 담당하도록 하고 있으며, 법적으로 인정하는 전문가는 건축사가 유일하다. 그런 만큼 좀 더 확장되고 커다란 국가적 비전과 미션을 수행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국가에 대한 건축사의 사명이고 의무다. 그동안 건축사들은 생존에 치여 실무자로서의 역할에 머물러 있었다. 이제는 국가 정책에 대한 비전을 선도적으로 제시하고 주도하는 전문가로 거듭나야 한다. 역사적으로나 국제적으로 국가 인정 자격으로 의사와 변호사, 그리고 건축사가 있다. 의사와 변호사들만 하더라도 실무를 넘어서 학문적 성과를 발표하고 사회의 지도층이 되고 있다.
건축사들 역시 학문의 영역을 발전시키고, 어젠다를 선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의제와 이슈를 토론과 공론의 장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이번 건축사대회를 기점으로 치열한 토론과 논쟁의 장이 대한건축사협회에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경직된 연공서열과 위계, 권력 분할의 세속적 환경을 벗어나야 한다.
건축사에게 미래는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고, 이는 충분하며 가능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