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많은 건설사들이 해외로 진출해 겪는 첫 번째 어려움은 업무행태 차이다. 공사를 해야 하는데 해외 발주처 측에서 제공하는 건축 설계가 우리와 다르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사들의 건축설계를 보면 너무 달라서 난감해진다. 국내에서는 이런 형식으로 작업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건설사들은 시공방법에 대한 디테일을 고민해 본 경험이 없다. 시공 상세 도면을 작성하는 훈련·경험이 없는 비즈니스 환경 때문에서다. 그러다 보니 주어진 건축사사무소의 도면에 전적으로 의지해서 시공을 한다. 일견 비전문가적 시각에서 본다면 맞는 말같이 보인다.

하지만 완벽하게 틀린 말이다. 건축사사무소의 시각은 기본적으로 법과 기능을 미학적으로 풀어내는 창조자 즉 크리에이터 역할이다. 시공의 경제성은 근본적으로 건축사사무소의 입장이 아니다. BIM이라는 개념도 건축사사무소보다는 공사금액을 추정하기 위한 건설사의 몫이란 게 정확한 말이다.

국제적으로 이런 개념이 통용되는 이유는 건축과 건설은 상호 견제와 긴장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건설은 말 그대로 설계를 해석하고 완성하는 ‘만들기’ 과정이다. 건축은 만들기 위한 창의적 작업으로 작가인 건축사의 의도가 나타난 결과물이다. 이 두 개의 별개 개념이 혼동되니 해외로 진출한 국내 건설사들이 난감해질 수밖에 없다. 세계적인 건축사들이 요구하는 것들은 그들의 창의적 결과인 건축의 시지각적 성과물이다.

그런 성과물을 만들기 위한 시공사들의 노하우가 필요하고, 그것이 바로 시공사의 역할인 것이다. 건축사의 작품을 훼손하는 정도의 시도가 아닌 철저한 그들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시도와 과정에 대한 확인을 받아야 하는 것이 유럽 등 선진 문화 대국들의 작업 방식들이다.

그런 이유로 세계적인 건축을 수주하는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에 진출하는 순간 건축 시공도면을 그려야 하는 별도의 설계팀이 필요해지고 이들을 고용하게 된다. 프랑스 건축사 장 누벨이 설계한 아부다비 루브르 박물관이 대표적이다. 국내 굴지의 베테랑 건설사는 아부다비 루브르 박물관 건설을 수주하고 BIM설계팀을 세 자리 숫자의 인력을 충원하면서 구성했다. 그리고 그들의 설계는 프랑스 장 누벨의 확인을 받아 가며 시공이 되었다. 이를 두고 건설사가 건축 설계업무를 했다고 말하지 않는다.

장황하게 해외 상황을 설명한 것은 건축의 할 일과 건설의 할 일이 완벽하게 나눠져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규제가 아니다. 다른 역할이다. 시공을 위한 시공도면 작업을 창의적 설계와 혼동하지 않길 바란다. 건설사에게 건축설계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은 시공사들의 비용절감을 위한 명분에 불과하며, 설계를 바꿔야 시공이익을 더 많이 챙길 수 있는 데서 기인한 궤변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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