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부터 5년간 BF인증 취득 34% 불과
심의위원 주관적 매뉴얼 해석도 인증 취득 어려움 한 몫
신축·증축·재축·개축·대수선별 ‘설치완화’ 기준 필요
현실성, 절차 합리성·인증지표 객관성 확보해야
건축분야에서는 장애인, 노인, 임산부, 어린이 등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기 위해 2015년부터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BF, Barrier Free) 인증제도가 공중이용시설에 한 해 의무화 되고 있다. 하지만 인증을 받는 과정에서 발생되는 문제들로 업계에서는 제도에 대한 피로감마저 느끼고 있어 개선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일례로 기존 평가 항목에다 시설마다 인증기관 요청사항이 추가되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인증기관이 구성한 심사단은 도면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전문성이 부족한 심사단 구성과 이들의 주관적 매뉴얼 해석으로 설계변경이 반복돼 프로젝트 지연 사례도 심심치 않게 목격된다. 예비인증과 본인증 간 다른 심사(의)위원이 참가해 연속성은 배제되고, 심의결과는 달라져 혼란도 가중된다는 지적이다.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 시행지침에 따르면 BF인증 절차는 예비인증과 본 인증으로 구분되고, 예비인증은 인증대상의 사업계획 또는 설계도면을 참고해 본 인증 전에 하게 된다. 본 인증은 예비인증을 기초로 준공시점에 받는다.
문제는 프로세스 간 기준정립이 미흡하다는 점이다. 현재 BF인증을 위한 인증기관은 모두 8곳인데, 기관마다 인증기준의 해석이 제각각이다. 기관별 평가기준이 상이해 혼선이 발생한다는 민원도 지속 제기돼, 인증 취득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사용승인을 받은 국가·지자체 신축 건축물 중 BF인증 취득비율은 34.47%에 불과하다.
현재 인증기관들은 형식적으로 국토교통부에서 고시한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 심사기준 및 수수료 기준 등’을 따르고 있지만, 관계자들에 따르면 심사·심의위원들은 고시 내용이나 인증제도 매뉴얼을 자기편의식으로 해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인증지표에도 없는 조건을 요구하는 경우가 적잖다는 지적이다.
최근 소규모 공공건축물 설계를 담당한 A 건축사는 합리적인 기준을 도외시한 과도한 BF 적용에 적잖은 어려움을 호소했다. “규모가 작고, 층별 용도가 확실한 경우여서 꼭대기층은 일반인 기준에 부합한 설계가 이뤄졌다. BF인증 과정서 이런 배경도 충분히 설명했지만 결국 건물 전체에 장애인 편의시설을 일괄 적용해야만 했고, 재시공이 뒤따랐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꼭대기층에 설치 매뉴얼을 충족한 위생시설을 설치했지만, 심의위원의 지적으로 매뉴얼에도 없는 시설을 추가로 구축해야만 했다”며 “결국 인증제도의 올바른 정착을 위해서는 체계적·효율적으로 인증제도를 관리할 수 있는 인증 운영기관이 설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축·증축·재축·개축·대수선 등 건축행위에 따라 현실적으로 설치 가능한 범위를 정할 수 있도록 하는 ‘설치 완화’ 기준도 필요하다. 전체 건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경우, 설치를 완화해 과도한 비용발생을 막고, 공간 활용에 대한 건축사의 설계의도를 보장해야 한다.
시공 관계자들의 BF인증에 대한 교육도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공과정에서 여전히 BF인증에 대한 인식이 낮아 청소의 편리함 등 유지보수에만 초점을 맞추고, 편의성에 대한 접근이 아쉽다”고 전했다.
인증기관 확대 필요성도 제기됐다. A 건축사는 “심의과정에서 보완사항이 발생 후 재인증을 받기까지 4개월이 걸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증기관 수가 적고, 인증 물량은 많아서 발생한 일인데, 이렇게 인증에 따른 정체현상 발생이 하루 이틀도 아닌데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하소연 했다.
서울시에서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B 건축사는 “건축법에는 다중이용건축물과 준다중이용건축물이 명기되어 있는데 이는 민간건물이라도 공공의 의미를 담고 있다는 뜻이다”며 “이런 다중이용건축물은 피난이나 구조활동과 관련한 의무사항이 많이 주어지게 되며, 그런 차원에서 보면 BF인증도 사람들의 이용이 높은 건축물이니 접근성·편의를 높이자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다”고 긍정 평가하면서도 “다만 편의성 제고를 잘못 해석해 오히려 일반인 접근을 막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고, 최초 설계의도가 훼손되는 일도 잦아지면서 제도 보완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 현실”이라고 전했다.
대한건축사협회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2026년 인구의 20%가 65세 이상 노인인구에 진입하는 초고령화 시대를 앞두고 있다”면서 “현재까지 지어진 건물, 또 앞으로 지어질 건축물은 이런 환경적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하며,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구축도 그 일환이라 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설계자의 설계의도 구현, 회원들의 불편과 피해가 없도록 인증제도의 현실성, 인증절차의 합리성, 인증지표의 객관성을 확보하도록 하며, 예측가능한 인증이 이뤄지도록 제도 개선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