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의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CEO는 여러 가지 역할을 잘 수행해야 한다. 조직 관리와 운영, 갈등 조정, 미래 전략 수립, 동기부여 등 수많은 과제가 산적해있다. 이 가운데 개인적으로 CEO의 가장 중요한 과업은 바로 ‘Thought Leader’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직원들의 생각을 이끄는 사람이 돼야 한다는 의미다.
많은 CEO들은 더 높은 성과를 내라고 조직원들을 닦달하는 경우가 많다. 어떤 CEO는 조직원들에게 행동을 바꿔(예를 들어 더 적극적으로 영업하고, 더 창의적인 신제품을 개발하라는 식으로) 성과 향상을 유도하기도 한다.
하지만 무공이 강한 CEO는 조금 다른 접근을 한다. 행동을 바꾸라고 아무리 얘기해도 조직원들은 시늉만 할 뿐 실제 행동을 잘 바꾸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명한 CEO는 생각을 바꾸도록 유도한다.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진짜로 바뀌게 되고 결국 성과가 향상된다는 사실을 간파한 것이다.
DBR최신호(345호)에 엘리베이터 업체인 오티스코리아의 조익서 대표 인터뷰가 실렸는데 ‘Thought Leader’로서의 면모가 잘 드러난다. 중대재해 처벌법으로 산업재해를 막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조직이 많지만, 대부분은 재해율 같은 성과지표에 집착한다. 하지만 조 대표는 재해에 대한 직원들의 ‘인식’에 집중했다.
조 대표는 취임 직후 협력사 직원이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는 일을 경험하며 큰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직원들에게 위험을 발견하면 어떤 상황에서건 ‘작업 중지 권한’을 발동해 무조건 작업을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즉각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현장에서 복잡한 안전 규정을 지키는 건 근로자들에게 무척 불편한 일이다. 게다가 어쩌다 한 번 사고가 발생하는 건 불가피하다는 생각을 하는 직원들도 많았다. 아무리 행동 변화를 요구해도 이런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행동은 다시 옛날로 돌아가곤 한다.
조 대표는 생각 바꾸기에 집중했다. 그는 안전을 지키는 일이 재해율 같은 수치를 개선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장에서 안전을 지키는 일은 예컨대, 딸이 결혼할 때 결혼식장에 함께 손잡고 들어갈 아빠, 대학생이 된 아들에게 호프집에서 맥주 한잔을 사줄 아빠를 구하는 위대한 일이다. 그러므로 안전이 그 어떤 다른 가치보다도 뒷전으로 밀려서는 안 된다. 모든 직원이 아침에 나온 모습 그대로 가족의 품으로 귀가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겠다”며 동참을 호소했다. 직원들의 생각이 변하자 행동은 더 강도 높게 변했으며, 결과적으로 오티스코리아는 8년 연속 중대재해 무사고를 기록했다.
‘생각-행동-성과’의 연결고리 가운데 하수들은 성과를 닦달하고, 중수는 행동 변화를 요구하며, 고수는 생각을 바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