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진행하는 설계 프로젝트들은 주로 단독주택으로, 소규모 현장이다. 여러 개의 소규모 프로젝트들을 사용승인까지 진행했던 경험으로, 소규모 건축 현장에서의 건축사 역할이 중요한 이유에 대하여 생각해보았다. 
첫째. 소규모 현장은 전문가의 부재 가능성이 높다. 일반적인 소규모 프로젝트는 200㎡ 이하의 공사로 건축주 직영 공사가 대부분이다. 소규모 프로젝트 현장대리인 중에는 시공 시 찾을 수 있는 오류를 잡아 더 발전된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분이 계시는 반면, 도면의 가장 기본적인 부분조차 간과하여 시공 오류를 일으키는 분도 계신다. 시공품질의 다른 결과물을 막기 위해 설계자와 감리자의 입장으로 더욱  더 심도 있게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다.

둘째. 소규모 현장은 설계의도 구현에 대한 건축주의 의무가 없다. 현재 설계의도 구현 업무는 허가권자에 의한 감리자가 지정되는 경우에 건축물의 착공시 설계의도 구현에 대한 계약서를 첨부하게 되어있다. 하지만 일선에서는 건축 설계자가 당연히 해야하는 일이 아니냐는 인식으로 계약서 작성에 대하여 의문을 표하기도 한다. 소규모 현장에서는 설계의도 구현의 계약서의 누락으로 처음 의도된 설계의도에서 벗어나 프로젝트가 진행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 불안감을 해소할 길이 없어 소규모 현장일수록 계획된 설계의 구현을 위해 건축사의 개입이 더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셋째. 건축주와의 밀접한 관계가 형성된다. 건축사는 설계과정에서 건축주와 디자인에 관련된 사항들뿐 아니라, 많은 대화를 통해 사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충분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정보들이 도면에 녹아들어 건축주의 요구에 부응하며 만족감을 주는 도면으로 탄생하게 된다. 기존에 정해져 있던 요소들을 변경하거나 추가할 때 건축사는 대화를 통하여 얻은 정보로 건축주의 취향 및 의도를 고려하여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해 준다.

앞서 언급한 세 가지 이유 말고도 다양한 방향과 범위에서 소규모 현장에서 건축사는 더 큰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건축사들은 소규모 프로젝트에 대한 대가산정을 중, 대규모 프로젝트에 비해 적절히 받고 있다고 할 수 없다. 이는 과도한 경쟁, 낮은 퀄러티의 도면 등으로 인하여 대가를 낮게 가져가는 부분도 있지만, 소규모 건축물에 대한 건축사의 업무가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사회의 인식도 한몫을 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건축사의 역할에 대한 사회의 인식을 넓히게 되면 그에 따른 적정 설계대가 산정도 이루어 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