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많은 건축사가 기후변화에 대해 위기감을 가지고 있을까. 사무소를 개소한지 3년이 지났지만 한국의 건축업계에서는 기후위기에 대해 크게 경각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생각되었다. 다른 분야에서도 그렇지만 늘 사고가 발생하면 대처를 하는 방식이다. 과연 기후변화가 현실화 되었을 때는 대처가 가능할까 질문을 해보고 싶다.
어릴 적부터 워낙 자연과 동물을 사랑하고 환경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건축분야가 지구 전체 탄소발생량에 40%를 차지한다는 환경적 책임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대학을 졸업해서도 탄소발생을 줄일 수 있는 목구조를 주로 다루는 설계사무소에서 경험을 쌓고 꾸준히 목구조에 대해 공부를 하게 되었다.
그 후 생각보다 이른 나이에 내 집을 설계해서 살게 되었다. 친환경적인 주택을 짓겠다고 열심히 설계를 하고나서 시공할 때 세세히 살펴보니 새로운 재료로 새로운 건물을 짓고 있다는 것이 이미 너무 많은 탄소를 배출하고 있고 혹여 나중에 예쁜 거대한 쓰레기를 배출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실제로 작년에 건축물 해체 감리를 하게 되었는데 철거현장 두 곳의 건축폐기물의 실상을 경험하고서는 함부로 건물을 해체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리모델링 프로젝트를 더 적극적으로 참여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또한 주 구조 자재뿐 아닌 단열재, 마감재를 사용할 때에도 친환경적인 자재를 사용하기 위한 노력과 연구가 필요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무소를 운영하며 건축사로서 꾸준히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고 있는데 현재 기후위기의 정책적인 방향성은 탄소배출감축에만 집중되어 있다. 기후변화의 원인으로는 토지이용변화가 약 20%, 온실가스 증가가 80% 인데 탄소배출은 온실가스에 포함된다. 여기서 우리는 토지이용변화에 대해 다시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녹지의 파괴가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기 때문에 생태를 고려한 개발이 중요하고 개발되더라도 탄소감축원인 녹지를 건축물에 입체적으로 적용시키는 것이 필수적이다. 2013년부터 시작한 도시생태현황지도 제작은 현재 각 지자체에서 작성되고 있는데 주로 토지이용계획에 적용된다. 하지만 토지이용계획에 적용된 비오톱 등급에 따른 건축물에서의 지침도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늘 환경 분야에서는 건축업계가 제일 뒤처지지만 기후위기를 앞둔 실정에서는 다른 분야와 함께 앞으로 나아가서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건축사로서의 가치도 자연스레 올라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현재는 탄소중립을 위해 이미 많은 탄소배출을 하며 만들어진 신기술을 적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건축물에 탄소감축원인 생태면적을 많이 설계하는 것이 건축사로서 당장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기후위기 대응 방법이라 생각된다. 더 많은 건축사들이 인간을 위한 서식지만이 아닌 동식물의 서식지도 이해하여 함께 설계해 주고 친환경적인 자재를 사용한다면 기후위기를 충분히 대응해 갈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