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 4일은 블로그를 처음 시작한 날이자, 사직서를 제출한 날이다. 건축사사무소 개업을 준비하면서 참고할 만한 글이 없어 막막했다. 그래서, 직접 개업 준비 과정을 매일매일 글로 올리기 시작했다. 건축사등록원 등록, 임대차계약, 사무소 수리 과정, 개업자금 구하기, 사업자 등록 등 그날 벌어진 일들을 기억에서 멀어지기 전에 구체적인 숫자와 함께 기록을 했다. 이렇게 쌓인 글들은 블로그에 별도의 ‘건축사사무소 개설 과정’이라는 카테고리로 만들어졌다. 이 카테고리는 2019년, 2020년 건축사 자격시험 합격자 수의 증가와 맞물려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2020년 1월에는 블로그에 다 공개하지 못하는 에피소드와 짧은 사업의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오프라인 만남을 시작했다. 개업을 준비하거나 이제 막 개업하신 건축사분들을 사무실로 초대했다. 준비한 자료를 앞에서 강의하고, 뒤에 앉아서 듣는 형식이 아닌, 사전에 궁금한 질문을 받고, 미리 준비한 대답을 함께 이야기하고, 공감하는 형식으로 진행했다. 본인 또한 개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한참 시행착오를 경험하던 중이었기에, 참가하신 분들의 경험과 생각을 들으며 배울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웃음기 없이 어두운 얼굴로 사무소로 들어오시던 분들이 모임 후에는 자신감을 얻고 밝은 얼굴로 돌아가는 것을 보며, 왠지 모를 뿌듯함이 밀려왔다. 그렇게 시작한 모임은 비대면 시국에도 2021년 12월까지 15회, 50여 명의 건축사님을 만나 뵈었다. 만남은 온라인으로 이어져, 개업 후의 명함을 받고, 각 모임 동기분들은 별도로 모임을 하며, 사업의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고 있다.
2021년 여름에는 오프라인 만남의 수많은 질문들과 개설 과정, 사업의 경험을 엮어서 얇은 핸드북을 만들었다. 모임의 장소가 경기도 광주시이기에, 수도권 외의 지역에서는 모임에 참여하고 싶어도 못하는 분들이 계셨다. 때문에, 어떤 방법으로 도움을 드릴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의 결과물이었다. 2021년 9월부터 지금까지 약 400권의 책이 북쪽 강화도부터 남쪽 제주도까지 배송되었다. 그리고, 217개의 질문들을 모아서, 표에 나열하고, 유사한 질문에 같은 색을 입혀 시각화해보았다. 1년 6개월의 시간이 담겨있는 하나뿐인 자료가 만들어졌다. 그중에서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 5개는 다음과 같다. 5위는 건축사사무소의 개설지역과 지역 건축사회 가입 여부, 4위는 설계 용역비 산출 기준, 3위는 사무소 운영 노하우, 2위는 개설과 운영에 드는 비용, 1위는 영업과 홍보전략을 포함한 수주의 방법이다.
2022년 제1회 건축사 합격예정자 613명이 발표되었다. 개설 과정에 대한 블로그 조회 수는 다시 올라가기 시작하고 있다. 모임과 책 구입에 대한 문의가 댓글과 문자로 오고 있다. 개설 과정의 두려움과 막막함으로 일기장처럼 시작한 블로그가 모임에서 책으로 이어졌다. 이는 나만의 아이디어로 시작한 것이 아니라, 개업을 앞둔 건축사분들의 절박함을 공감하고, 소통의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본인도 좌충우돌 개업 초기 3년을 그분들을 통해 성장했다.
모임 마지막에 참가자분들에게 드리는 말씀이 있다. “제 소명은 건축사로 건축주뿐만 아니라, 누군가에게 도움을 드리기 위함입니다. 모임 후에 이 자리를 떠나시지만, 만약에 오늘 도움을 받으셨다면, 누군가에게 이 도움을 조금씩 나누어 주셨으면 합니다. 도움은 나누어서 작아지는 것이 아니라, 씨앗이 되어 성장할 것입니다. 그리고, 도움은 형편이 나아져서 나누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