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사무소를 개설한 지 3년이 지나간다. 건축설계 일을 하며 여러 고민이 있지만 요즘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을 여러 건축사님과 나누고 싶다. 요즘 나와 주변의 최대 고민은 ‘사람이 없다’이다. 작은 규모 설계공모, 사전기획, 리모델링 프로젝트 등 소규모 건축사사무소에 기회가 늘어나고, 그 기회들을 바탕으로 어느 정도 성과를 이뤘지만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까지 어렴풋이 구인난에 관한 얘기는 듣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실제 직원을 구인해보며 생각보다 더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느꼈다. 여기저기 몇 개월 공고를 올렸지만, 면접은커녕 연락 한번 오지 않고 있다. ‘왜 사람이 없는 걸까?’
1. 지역적 한계점에 대한 문제가 있다. 경기 북부, 인천에서 일하다 우연히 아무 연고 없는 충남 공주에 사무소를 개설하다 보니 인맥적인 부분은 전혀 고려할 수 없었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인근 대전에 충분한 인적 인프라가 있고 공주 정도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되지만, 심리적 거리감이 있어 생각처럼 쉽지 않은 것 같다. 인근 대전이 있는 이곳도 어려운데 다른 지역들은 얼마나 어려울까 싶다.
2. 일로서 건축설계에 대한 인식과 현실 문제가 있다. 개인적으로 건축사라는 직업은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과연 일, 직장으로서 건축사, 건축설계는 어떨까? 시대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직업의 가치관 또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직업의 선택에 있어 개인의 가치관, 급여의 크기 못지않게 적정 업무시간과 개인 시간의 보장 또한 직업 선택의 큰 가치로 자리 잡고 있다. 미디어나 외부에서 비치는 건축설계 직업에 대한 이미지는 박봉에 야근, 철야가 잦은 직업으로 비춰지고 있고 이러한 이미지가 초기 직업 선택을 하는 미래 건축사들에게 큰 걸림돌이 되는 것 같다. 물론 주 52시간 업무 시행, 현실적인 급여 책정 등으로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나 소규모 건축사사무소엔 여전한 어려움이 있다. 나조차도 최대한 지켜보려 하지만 요즘처럼 구인이 어려운 시기에는 소수 인원으로 업무를 진행하다 보니 이러한 문제가 더 악화하는 것 같다.
3. 적정 건축설계비 및 과업 기간 설정 문제가 있다. 현재 공공건축 위주의 업무를 하고 있어 민간 건축보다는 낫다고는 하지만 공공건축 역시 건축설계비와 과업 기간에 대한 문제점이 여전히 있다고 보인다. 물론 사전기획, 공공건축심의, 공공건축가 참여 등을 통해 현실적인 설계비 반영을 위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예산을 세운 시점과 발주 시점의 차이, 특히 요즘 같은 자재비용 급등으로 최근 몇 년간 건축공사비 상승이 공공건축 예산에 적절히 반영이 안 되고 있다.
그리고 발추청에서 요구사항과 예산과의 거리감이 항상 발생한다. 업무를 진행하다 보면 항상 예산을 초과하게 되고 추가 예산을 투입하거나 설계 등을 변경하여 예산을 맞추는데 공사비의 요율로 계산하는 ‘공공 발주사업에 대한 건축사의 업무 범위와 대가 기준’에 따르면 공사비 상승은 설계비 상승으로 이어져야 하지만 설계비 추가요구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그리고 현재 대부분 과업지시서 상 과업 기간은 공휴일을 포함하여 설정되어 있고 그 기간의 적정성에 대해서도 업무를 진행하며 항상 의구심이 든다. 위 문제점의 해결을 통해 업무에 대한 보상이나 적정 근무시간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이 될 거란 생각이 든다.
주제를 건축사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이라고 하고 사람에 관한 이야기만 계속하였다. 추가 직원의 구인 없이 현재 일들을 계속해 나갈 수 있을까 하는 개인적인 고민으로 시작해 업계 전반으로 사람이 점점 줄면서 과연 건축설계 업계는 지속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으로 확장이 되었다. 4차 산업혁명, AI 인공지능을 통해 많은 직업이 사라질 것이라고 하지만 건축설계는 사람과 사람 간의 소통이 중요한 부분인 것 같다. 젊은 미래 건축사들의 유입과 여러 문제 해결을 통해 건강하고 활력 있으며 지속 가능한 업계 생태계가 구축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