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흔적
배론성지(舟論聖地)는 충청북도 제천시 봉양읍에 있는 대한민국의 로마 가톨릭교회 성지로, 계곡이 깊어 배 밑바닥 같다고 하여 '배론'이라고 한다. 재단법인 천주교 원주교구 소속이다.

배론성지는 조선 말 천주교 박해가 있을 때 이를 피해 산과 계곡으로 숨어들어 교우들이 모여 이룬 교우촌으로, 역사적으로 큰 의미를 지닌 일들이 있었던 곳이다. 성지의 분위기가 편안하고 아늑해서 일반인들도 마음을 쉬어 오기에 좋은 곳이다. 현재 배론성지에는 황사영 백서 토굴과 최양업 신부의 묘, 성 요셉 신학교 건물, 순교자들의 집, 최양업 신부 조각공원 등이 있다.

배론성지는 1791년(정조 15년)에 처음 천주교 박해가 있자, 천주교도들이 이곳으로 숨어들어 옹기를 만들어 팔며 살던 곳이다. 그 후 정조가 죽고 신유박해에 이어 황사영 백서 사건이 이곳에서 벌어졌다. 황사영은 다산 정약용 선생의 조카사위로 16세에 과거에 합격한 수재였다. 처가를 따라 천주교도가 된 후 신유박해가 일어나자 이곳 배론성지의 토굴에 숨었다.

그리고 이 토굴에서 조선의 천주교 박해 사실을 알리고 또한 조선 천주교도들의 신앙의 자유를 위해 조선을 징벌해 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써서 북경 교구에 보낸다. 이 편지가 바로 황사영 백서로, 이 백서를 가지고 북경으로 가던 사람이 도중에 체포되어, 조선은 다시 천주교 박해의 광풍이 불어닥쳤다. 이 사건이 황사영 백서 사건으로 황사영은 이때 체포되어 사형당하고, 당시 이곳에 숨어 지내던 천주교도들도 피해를 입었다.

그 후 1855년(철종 6년)에 프랑스 신부들이 들어와 이곳에 우리나라 최초의 신학교인 성 요셉 신학교를 세웠다. 그러나 1866년 병인박해 때 발각되어 이 신학교는 폐쇄되고 신학교를 관리하던 장주기 등이 참수를 당했다.

배론성지에는 김대건 신부에 이어 우리나라 두 번째 신부인 최양업 신부의 묘가 있다. 최양업 신부는 마카오에서 신부 수업을 받고 국내로 들어와 천주교 전파에 온 힘을 쏟다가 문경에서 과로와 장티푸스로 인하여 선종하였으며, 그해 11월경 베르뇌 주교에 의해 당시 신학교가 있었던 이곳에 묻히게 되었다.

순교의 요람지
충북 제천시 봉양읍 구학리, 백운산(해발 1,087m)과 구학산(해발 985m) 연봉 사이로 십여 리를 들어간 곳에는 계곡만큼이나 깊은 신앙의 터가 펼쳐져 있다. 한국의 카타콤바라 할 만큼 풍성한 신앙의 유산을 지닌 배론성지는 우선 그 경관이 수려하다. 배론 입구에 있는, 경치 좋기로 유명한 탁사정(濯斯亭)은 제천시가 자랑하는 절경 가운데 하나이다.

배론성지의 신앙 유산은 최적의 순례지로 일컬어진다. 배론의 옹기 토굴에서 명주 자락에 1만 3천 3백 84자로 울분과 신심을 기록한 ‘황사영 백서’가 쓰였고, 바로 옆의 초가에서는 이 땅 최초의 서구식 대학인 신학당이 섰으며,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에 이어 한국인으로는 두 번째 신부였던 최양업 토마스 신부가 이곳 배론에 묻혀 있다. 1855년 설립된 최초의 신학교는 성 장주기 요셉(張周基, 1803-1866년)의 집에 세워졌으며 신학당에는 학생 열 명에 신부 두 명이 있었다. 그로부터 11년 후 1866년 병인박해로 인해 배론에서도 집주인이었던 장주기와 두 선교사 신부가 잡혀가 형장의 이슬이 되었고, 신학당 역시 폐쇄되었다. 배론 신학당은 1978년 복원된 후 2001년 3월 2일 배론성지 일대가 충청북도 기념물 제118호로 지정된 후 2003년 재복원되었다.

배론성지는 이렇게 천주교 박해의 역사를 지닌 곳이지만, 아늑하고 평화로운 분위기가 인상적인 곳이기도 하다. 주차장에서 화장실을 지나면 아주 산뜻하게 꾸며진 마음을 내려놓는 자리(연못)가 있고, 연못 앞에서 오른쪽으로 올라가면 십자가의 길이 있다. 최양업 신부 동상의 왼쪽으로 십자가의 길을 따라 올라가면, 예수님이 십자가를 메고 골고다 언덕을 올라가 죽음을 맞는 과정을 볼 수 있다. 이 십자가의 길 맨 위에 최양업 신부의 묘가 있다. 십자가의 길을 돌아 내려와 황사영 토굴과 순교 현양탑, 성 요셉 신학교로 쓰이던 배론 본당 그리고 최양업 신부 조각공원을 차례로 돌아볼 수 있다.

배론성지는 1999년 최양업 신부 서품 150주년을 기념하고 시복 시성을 기원하기 위해 ‘최양업 신부 기념성당’을 건립했는데, 그 모양이 마치 노아의 방주를 연상케 한다. 대성당과 소성당 두 동으로 건립된 기념성당은 성지 주변 골짜기가 배 밑바닥처럼 생겼다 하여 ‘배론’이라 불려온 지명과 어울리도록 배 모양으로 만들어졌다.

배론성지는 역사적 의미 외에도 수려한 자연과 풍부한 신앙 유산으로 최적의 성지 순례 여건을 갖추고 있다. 조용한 곳을 찾아 여행하고 싶은 사람은 한 번쯤 찾아서 가볼 만한 곳이다.

[출처 : 나무위키]
주소 : 충청북도 제천시 봉양읍 배론성지길 296(구학리 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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