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경 건축사
이진경 건축사

2022년 2월 24일, 푸틴 체제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여 영토를 무참히 짓밟고, 양국 국민들을 전쟁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게 하였다. 우크라이나는 11세기 키이우공국이라는 문화를 주름잡던 역사 속의 국가였다. 현재는 키이우 성소피아성당 등 7개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보유한 국가이기도 하다. 열거하면 키이우의 성소피아 대성당과 수도원 건물들, 리비브 유적지구, 스트루브 천문대, 체르크바의 목조, 카르파티아의 원시 너도밤나무 숲, 부코비나 거주지역과 달마티아 대도시 등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또 오데사 미술관에는 16세기 이후 1만여 작품이 보관되어 있기도 하다. 오데사 미술관은 1700년대 후반 예카데리나 2세가 건립한 미술관으로 이번 전쟁으로 위험에 노출돼 시민들이 직접 건물을 빙빙 돌며 유물을 지키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또한 키예프 북서쪽 이반키우에서 나온 보도에 따르면, 현지 미술관 및 소장 작품들이 러시아군에 의해 전소되었다는 비보도 들을 수 있었다. (BBC NEWS) 

전쟁 중 미술품과 유물관리의 한 예로 중국과 대만의 사례를 들 수 있다. 국공내전 시기인 1948년 장제스는 중국의 유물 대부분을 대만으로 실어왔고, 1965년 11월 12일 타이베이 국립고궁박물관에 이들 유물을 보관하였다.    

미술작품과 유물에 못지않게 건축물은 인류의 위대한 유산이다. 오랜 시간 역사가 숨 쉬고 있는 나라와 도시를 침공한다는 것은 참으로 참기 힘든 폭력이 아닐 수 없다. 전쟁은 살생과 역사를 뒤흔드는 참혹한 결과를 낳는 일임과 동시에 고유한 문화의 유산을 파괴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건축을 직업으로 하는 한 사람으로서 가슴 아프게 하는 일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전쟁이 시작됨과 동시에 세계적으로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였고, 국내에도 건설비 상승으로 인한 파동이 요동치고 있는 현실을 보면 전쟁의 피해는 해당 지역에 국한된 사안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다시 유물 이야기로 돌아가 대한민국의 역사에서 귀중한 유산을 상기해보자. 또 물리적 유산이 국민에게 주는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생각하여야 한다. 현재에 전해지는 물리적 유산은 국민들의 심리적, 자긍적 역사관을 기대할 수 있을 정도로 반향이 크다. 

안타깝게도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에서 파괴된 유산이 참으로 많다. 지금이라도 보존의 중요성을 더하여 역사가 숨 쉬는 도시가 존치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현대도시의 유물, 이를테면 건축물들은 향후 의미를 가진 찬란한 유산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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