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항공교통(UAM) 전담조직 국토부 ‘도심항공정책팀’ 신설…내년 정책과로 확대 예정
소음 문제 등 변수 많지만 건축에 큰 영향 미칠 것은 확실
용도지역, 지구·구역에 관한 계획, 도시기반시설에 관한 계획 등 변화 예상
국토교통부가 UAM(도심항공교통, Urban air mobility) 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도심항공정책팀을 신설한다고 4월 10일 밝혔다.
국토부는 “5월 항공정책실 산하에 도심항공정책팀을 신설한 뒤 내년 도심항공정책과로 조직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한시적으로 미래드론교통담당관이 담당하던 UAM 관련 업무를 전담팀에 맡겨 UAM 상용화를 조속 추진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UAM이란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개인 항공기(PAV, Personal Air Vehicle)로 오가는 교통 개념이다. 여객기나 헬기보다 1회 이동거리는 짧지만 300∼600미터의 낮은 고도를 적은 비용으로 오갈 수 있다. 또한 내연기관이 아닌 전기 동력을 활용해 탄소배출이 없고 소음도 헬기보다 훨씬 작아 쾌적 운행이 가능하다. 이러한 장점·친환경성으로 UAM이 미래 혁신 교통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마치 자동차가 도시에서 날아다니는 이런 개념은 그동안 영화 속에나 가능한 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현재의 기술 개발 속도라면 곧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 이 장면을 볼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2020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가전전시회 CES 2020‘에서 현대자동차 측은 2028년 경 UAM이 상용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상용화를 위한 움직임은 이미 시작됐다. 이희정 서울시립대학교 교수는 4월 21일 한국건축단체연합 주최로 열린 ‘대통령실 이전과 용산지역 발전방안 토론회’에서 “현재 미래 교통 인프라 확충 방안의 하나로 용산국제업무지구와 김포공항을 잇는 김포공항 상용화 시범노선이 운영 예정이며, 김포공항과 용산, 삼성과 잠실에 UAM 터미널이 설치될 계획”이라고 전했다.
현재 민간에서 UAM을 가장 적극 추진하는 기업은 현대자동차그룹이다. 지난 2018년부터 UAM을 추진하기 시작한 현대차그룹은 2019년 전담사업부를 만들었고 미국항공우주국(NASA) 항공연구총괄본부 본부장 출신 신재원 박사를 영입해 총괄책임을 맡겼다. CES2020은 현대자동차가 우버와 공동으로 개발한 PAV 콘셉트 ‘S-A1’을 공개하고 UAM 사업비전을 전 세계에 공개하는 자리였다.
국토부는 전 세계 UAM 시장 규모가 2025년 13조 원에서 2040년에는 741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40년 국내에서만 일자리 16만 개, 생산 유발 효과 23조 원, 부가가치 유발 효과가 11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물론 민간의 기술력 발전만으로는 사업이 상용화될 수 없다. 주요 거점에 착륙장 등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은 물론, 항공 교통 관련 법규도 개정돼야 한다.
이번 국토부의 전담조직 신설은 정부가 본격적으로 상용화 추진을 위한 제반 여건 마련에 나섰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UAM이 상용화돼 자동차에 버금가는 이동수단으로 자리 잡을 경우 국가 경제의 신성장동력으로 큰 역할을 할 것이란 예측이 많다.
기존·신규 고층 건축물에 설치될 예정인 ‘버티포트’ 건설 준비도 시작됐다. UAM 버티포트는 도심 내 위치한 UAM 이착륙 공간을 뜻하는 것으로, 도심 주요 교통요충지에 위치하는 신규 인프라 공간이다.
향후에는 신규 교통 인프라 시설로서의 역할뿐 아니라 주택·업무·상업시설과 연계해 다양한 개발 확장성이 예상된다. 현대건설은 이지스자산운용과 공동개발 중인 밀레니엄 힐튼호텔 부지 개발 사업에 버티포트 설치 및 운영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물론 현재 시점에서 UAM 상용화가 정부와 선도기업의 계획대로 차질 없이 이뤄질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수많은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이며, 실제 이용자들이 UAM을 어떻게 인식·이용할 지에 대한 판단도 아직은 시기상조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도심을 저공비행하는 UAM의 특성 상 기체에서 발생하는 소음 그리고 사생활 침해 문제 등을 슬기롭게 처리해야 사업이 정상 궤도에 진입할 수 있다고 진단한다. 또 UAM이 등장하면 도시 외곽에서 도심으로의 접근성이 개선돼 번화가나 교통요충지의 개념이 약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지만, 반대로 그동안 거리·시간의 한계로 접근하지 못했던 기존 도심이 더욱 더 붐빌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확실한 것은 UAM 사업을 정부가 의지를 갖고 추진한다는 사실만으로 자연히 건축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자동차가 도시 이곳저곳을 날아다니려면 바뀌어야 할 건축 관련 법규·제도가 많다. 전문가들은 “기술적으로는 5∼6년 안에 상용화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운용 관련 법제도 없이 시장이 활성화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UAM 사업 추진이 본격화 되면 신규 건축물은 물론 기존 건축물까지 UAM과의 연결성을 고려해 건물의 입지나 설계가 바뀔 가능성이 크다.
건축공간연구원(AURI) 남성우 스마트건축도시연구센터장은 “현재로서는 UAM이 건축과 도시 공간의 변화에 미칠 영향에 대해 다양한 예측들이 있지만, 그 변화를 확실히 단정 짓기는 어렵다. UAM이 상용화되면 이동이 자유로워지기 때문에 도시공간구조의 외연적 확장이 일어날 수도 있겠지만, 우리 도시는 효율성을 위해 계속 콤팩트화되는 경향이 있어 변화의 흐름을 판단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UAM으로 인해 어떤 흐름으로든 변화는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에 건축 분야에서도 대응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수직이착륙시설이 설치되는 건축물을 위한 새로운 용도와 건축 기준이 마련되어야 할 수도 있으며, 도심에서의 비행에 따른 소음 문제와 사생활 보호 문제, 안전한 이동 문제 등을 해소하는 데 건축 분야에서의 역할도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답답한 도시 교통 체계의 혁신 수단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UAM 상용화는 일단 추진된다는 사실 만으로 건축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측된다. UAM으로 진화하는 도시가 건축에 다시 한 번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