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법 만들기가 참 어렵기도 하지만 쉽다. 사건 사고만 나면 앞뒤 가릴 것 없이 신문 헤드카피처럼 눈에 띄는 법이 순식간에 만들어진다. 그리고 각종 이익집단의 이해관계에 따라 만들어지는 법들은 서로 충돌, 기형적으로 왜곡되기도 한다. 점점 법이 많아지는 것도 문제다.
화재사고가 났다는 이유로 방화 관련 법들이 늘어나는데, 가장 황당한 것은 용도 구분 없는 각종 소방규정이다. 소방 관련 법으로는 서구에서 건설되는 합판과 목재로 구성되는 공동주택은 언감생심이다. 당장 미국만 하더라도 5,6층 규모의 아파트가 합판·목재로 지어진다. 미국 목재는 불이 나지 않는가? 그렇지 않다. 그들 역시 화재로 순식간에 대형 화재로 번진다. 그럼에도 여전히 목재로 건설된다. 불에 타지 않는 특수목재도 아닌데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관리의 개념이 적용돼서다. 입주자 즉, 사용자들은 거의 필수적으로 화재 보험에 가입하며, 수시로 소방점검을 받는다. 공동체의 강력한 관리 규정 및 집행 또한 막강하다. 이런 이유로 건축사 관련 법 규정은 우리처럼 일방적이고 무조건 적이지 않다.
확장형 발코니 규정 또한 마찬가지다. 아마도 전 세계 유례가 없는 법규정일 것 같다. 마치 홍길동처럼 존재하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해외 건축사들에게 설명하기도 어렵다.
그런가 하면 장애인 엘리베이터 관련 법은 어떤가? 장애인, 임산부나 노약자들의 옥상정원 등 시설 이용을 가능케 하기 위해 2015년 법을 보완했지만, 충돌하는 해석과 법 때문에 옥상까지 올라가는 장애인 엘리베이터는 거의 설치되지 못하고 있다. 효과 30%짜리 법을 만든 셈이다.
그런 법을 또 하나 만들려고 한다. 명칭에 있어서는 유럽이나 미국처럼 용어에 대한 단일화나 법적 정의가 명확해야 한다. 필요에 따라 기본을 흔드는 건 재고돼야 한다.
영국의 유명한 디자이너 토마스 헤더웍은 스스로뿐만 아니라 공식적으로 디자이너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영국 정부로부터 건축사 자격증을 취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제건축사연맹인 UIA의 규정을 보면, Architect가 해당 국가로부터 자격을 취득한 자로 정의 내려져 있고, Architect라는 호칭은 엄격하게 정부로부터 보호받는다. 당장 인터넷 사이트 Archidaily를 살펴보더라도 관련 내용이 상당하다. 대부분의 국가가 그렇다. 자격취득의 과정 또한 각 국가별로 쉬운 경우도 있고, 우리보다 더 어려운 경우도 있다.
참고로 우리와 동일하게 두 개의 호칭을 사용하는 일본건축가협회(JIA)의 정회원 자격을 보면 더 고민할 필요가 없다. “~ 건축설계감리업무를 실시해, 일급건축사 면허등록 후 5년 이상 설계감리 업무를 실시한 건축가로 한다. ~” <출처 : http://www.jia.or.jp/guide/about_jia/articles_jia.htm>
법을 더 이상 괴롭히고 기형적으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 더 간결하고 쉽게 만들어야 한다. 서로 충돌되고 모순된 법부터라도 정리해야 한다. 제도는 더 말할 나위 없다.
- 기자명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 입력 2022.04.19 14:34
- 수정 2022.04.22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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