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조달청, 주택공사, 토지공사 및 용인시와 안양시의 건축설계지침 중 "입상작들의 저작권은 발주기관에 귀속된다"는 조항을 수정 또는 삭제하도록 조치하였고, 해당 기관은 즉시 이를 받아들여 시정조치를 취하였다. 이는 대한건축사협회의 심사청구에 따른 것으로 그간 억울하게 당한 건축사들의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한 쾌거라 아니할 수 없다.

건축사의 저작권에 대한 것은 일찍이 건설교통부가 고시한 건축사 용여의 범위와 대가기준에 "건축사가 작성한 설계도서의 저작권은 저작권법이 정하는 바에 따른다" 고 규정되어 있으며, 4년 전 국토해양부장관이 고시한 건축설계경기운영지침에도 "저작권은 저작권법령에 따르며, 다만 발주기관이 공모에 참여한 자와 협의한 경우에는 예외로 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정부와 공공기관은 오히려 이러한 단서를 빌미로 "당사자 간 협의가 아닌 일방적 약관조항"으로 힘없는 건축사들을 밀어 붙였고, 상금이 저작권 양도에 따른 대가라고 주장하며, 마음대로 당선작을 고치는가하면 입상작의 아이디어를 도용하기도 했던 것이 근간의 현실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저작권법 4조를 적용하여, 건축사가 발주기관에 제출하는 모형, 설계도서 뿐 아니라 그를 기초로 완성된 건축물도 저작물로 볼 수 있다고 저작권법의 보호범위를 정의하고 있다. 또한 독창성도 최소한의 정도에 그쳐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도 판단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제 발주기관에 제출하는 설계도서와 모형도 향후 이를 통해 건축될 건축물 중 창작성이 있는 경우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이 되는 것이다. 이제 이러한 결과의 파급 효과는 대단히 클 것이다.

첫째, 발주기관의 우월적 독선으로 인한 창의성을 무시한 설계변경이 사라질 것이며, 건축사는 자기작품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입상작들의 어느 한 부분을 본 설계에 반영할 경우, 해당 건축사에게 응분의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다.

셋째, 민간에서 이뤄지는 계획설계에 대한 도용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간 건축사들은 부동산업자나 소위 컨설팅업체에게 계획 설계를 해주고 그것이 다른 건축사에 의해 거의 그대로 설계되고 완공되었어도 설계비 한 푼 못 받고 아이디어만 도용당하는 경우를 많이 겪어왔다. 그래서 계획비 받고 도면 그려주기 캠페인도 벌여왔었다. 이제 계약서를 작성하지 못해도, 게획비를 못 받고 도면을 내줘도, 사인하나만 받는다면 법정까지 가는 어려움은 있겠지만 정당한 디자인 비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건축사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미국발 경제 한파는 끝날 줄을 몰라, 그렇지 않아도 공공설계에 기대는 경우가 많은 건축사들에게 금번 공정거래위원회의 심판은 하나의 활력소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 노력하한 대한건축사협회의 노고를 치하하며, 무임승차하는 미 가입 건축사들도 차제에 입회하여 힘을 보태길 바란다. 동참하여 얻는 기쁨이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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